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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Mar 13. 2022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

현장에서 핵심문제를 찾아내고 융복합 대응으로 발생가능성 낮추기

Understanding a question is half an answer.                                                         - Socrates


뷰자데(Vuja De)의 시선으로 현장에서 현물을 보고 현상을 파악해야


인생은 욕망하고 계획한 곳으로 가지 않는다.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외생 변수를 약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노력', 최선을 다하는 길 뿐이다.  '일'도 QCD(Quality, cost, & delivery) 기준에서 계획이나 목표와 어긋나는 것이 당연하다.  환경이 변했을 수도, 예측이 틀렸을 수도, 노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사무실에서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것은 결국 문제와 싸우는 것이다.  리더가 문제를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면 혁신은 사라지고 문제는 재앙이 될 때까지 수면 아래에서 커간다.  사업과 조직에 산적한 문제들을 변화와 혁신의 기회로 삼는 턴어라운드 리더는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장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핵심문제와 파생 문제를 구분하며,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고, 융복합 대응으로 예측가능성과 발생 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리더의 메일함과 책상에는 보고서의 형태로 문제들이 가득하다.  발생 현상, 가설적 원인, 해결방안, 재발방지 대책 순으로 잘 정리된 보고서에 사인하는 것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회의실에서 이루어지는 대책 회의는 역할과 책임 공방 속에 문제의 핵심을 놓치기 쉽다.  턴어라운드 리더가 빠른 시간 안에 사업과 조직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현물을 보고 현상을 파악해야 한다.  매출이 하락하면 영업 부서와 유통점, 그리고 고객을 만나야 하고, 생산성이 하락하면 현장 작업자들과 함께해야 한다.  현업 담당자들은 문제를 정의하는 데 있어 중력과 관성의 힘을 이기기 어렵고, 현업 관리자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턴어라운드 리더가 외부인의 시선으로 현장에서 현물을 보고 현상을 파악할 수 있으면 문제의 본질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과학은 현상에 대한 관찰과 관측을 통해 의심에 기초한 논증과 추론으로 인과관계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후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토론에서 필요한 것은 논지의 완벽함이지 그 논지가 지니는 권위의 무게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방면에서 오랜 경험과 지식을 지닌 리더는 자칫하면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서 오만한 직관에 의존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리더의 권위의 무게와 자신들의 책임 회피 성향으로 인해 구성원들은 리더의 판단에 쉽게 의존하게 된다.  리더가 신선한 뷰자데(Vuja De) 시선으로 현장에서 현물을 보면서 현상을 파악하면 문제는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객관화되고 명확해진다


필자가 대표이사로 일했던 제조업체에서 가장 중요한 원재료는 중국산 부직포였다.  롤로 말려있는 부직포는 장력이 불균일하면 커팅 과정이 불안정해 생산속도를 낮추어야 하고, 완제품의 단면도 불균일해 고객 클레임이 발생한다.  중국 공급사 Y사는 자신들의 장력 실험 결과가 문제가 없다며 반품을 회피했다.  필자는 품질연구소에 장력 불량에 대한 측정 데이터를 축적할 것을 요청했고, 대체 공급사로부터 동일 사양의 샘플을 공급받아 Y사 품질 및 영업 관리자를 초청하여 현장에서 비교 시험 생산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진행된 비교실험과 측정 데이터를 근거로 중국 Y사에 해당 제품 전량을 반품하였고 무형적 피해보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핵심 문제와 파생 문제를 구분하여 핵심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나의 현상으로 부상하는 문제의 수면 아래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하나의 원인에서 하나의 문제가 발생되는 것은 통제가 가능한 과학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었다.  기업 경영의 현장에서는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도출되기도 하고, 크고 작은 문제들이 얽혀 있기도 하다.  사람이라는 요소가 개입되어 이해관계자가 많아지고 복잡해질수록 문제의 난이도는 배가된다.  핵심문제에서 파생된 문제의 해결이나 현상을 치유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문제는 반드시 재발한다.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들 속에서 핵심 문제를 찾아야 진인을 정의할 수 있다.  진인을 해결하면 파생문제도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중력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는 별과 행성들처럼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개인과 부서 간에도 그레이 존(Grey zone)이 존재한다.  그레이 존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특정 개인이나 부서의 문제라기보다는 다양한 사람과 프로세스, 그리고 시간적 선후관계가 얽혀있는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이다.  따라서 발견하기도 해결하기도 어렵다.  그레이존에 떨어진 바통은 책임을 규명하기도 원인을 찾기도 쉽지 않다.  리더는 바통터치 구간, 그레이 존에 집중하여 핵심문제를 찾아야 한다.  계주 경기에서 기록이 저조한 현상은 개별 주자들의 실력보다 바통터치 구간에서의 문제가 핵심이다.  핵심문제와 파생문제를 분리하고 싶다면 바통터치 구간, 그레이 존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OEM 위탁생산을 통해 물건을 납품받아 온라인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고객사가 있었다.  해당 제품군에서 명실상부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장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경영진은 가격경쟁력이 핵심 문제라며 OEM 위탁생산을 저가격의 회사로 옮기고 평균 판매가를 하락시켰다.  새로운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은 품질사고가 발생했고, 빈번한 할인으로 한번 무너뜨린 가격은 회복할 수 없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조직 갈등으로 인해 마케팅 조직이 붕괴된 것이 시장점유율 하락의 핵심원인이었다.  이로 인해 치열한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유통사 관계 마케팅 능력은 약화되었으며, 고객 대응력은 떨어졌다.  


문제와 사람은 분리해야


협업적 조직문화가 부족한 조직에서 문제는 사람과 짝을 이루어 함께 다닌다.  사람과 연결된 문제의 답은 간단하다.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빠르고 쉬운 방법이지만 지속가능성이 낮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배치한 것도 리더의 책임이고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구조나 프로세스를 방치한 것도 리더의 과실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문제와 사람을 함께 이야기할 때 그 두 가지를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적인 개선으로 개인적 실수조차 방지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가 아닌 책임질 사람에 집중하면 조직도 프로세스도 무너진다.


성공은 누적된 실패를 양분으로 피는 잡초와 같다.  실패의 양분 없이 핀 꽃은 나약할 수밖에 없다.  가벼운 바람에도 가지가 꺾이고 다시 꽃을 피우지도 못한다.  실패에 대한 리더의 긍정적 태도가 구성원들을 단련시키게 된다.  리더가 사람보다는 문제에 집중하고, 문제를 개선의 기회로 여기면 문제는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온다.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나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문제해결을 통해 프로세스나 구조는 더욱 강해진다.  문제가 혁신의 기회가 된 것이다.  리더는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질 사람을 지목하기보다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문제발견'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의 문제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제조업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빛나는 실수'수당을 운영했다.  제조업 특성상 사소한 결함도 즉각적으로 발견하지 못하면 한 로트 내내 지속될 수 있다.  또한 100만 개 중 하나의 실수라도 재앙적 고객 클레임이 될 수 있다.  엄격한 위계와 생산성 향상의 덕이 지배하는 생산현장에서 개인이 느끼는 이상 신호를 적극적으로 관리자에게 소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 문제가 별견되면 특정인의 실수 여부도 판명하기 어렵고, 전량 폐기 등 품질비용이 발생한다.  기계 가동 후 10분 이내에 발생하는 품질문제를 발견하는 작업자에게 '빛나는 실수' 수당을 지불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당 지출도 늘었지만 품질비용은 획기적으로 절감되었다.  문제와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문제를 감춘다.    


융복합 대응으로 문제의 발생 가능성은 낮추고 예측 가능성은 높여야 


구성원들은 발생한 일차적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는 것에만 매몰되기 쉽다.  리더가 문제를 대하는 시각은 달라야 한다.  발생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는 큰 그림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문제해결을 프로세스와 구조를 혁신하는 기회로 연결해야 한다.  동일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다양한 원인들에 대한 복합적인 대응으로 벌어진 현상만을 해결하기보다 근본적인 발생가능성을 낮추어야 한다.  제품에서 발생하는 불량이라는 신호는 품질부서에서만 예측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원부자재, 제조공정, 품질검사, 포장, 운송 등 하나의 양품을 고객의 손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팀들과 구성원들이 협업하고 있다.  가치창출 및 전달의 전 과정을 검토해야 문제 발생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번 발생한 문제는 동일 원인에 의해서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해서도 재발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그 현상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원인들에 대한 융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영업력 약화가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면 영업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구성원들의 불만 섞인 단편적 요청에 반응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인력 충원이나 수당제도 개선만으로는 영업력이 개선되지 않는다.  리더가 해줄 수 있는 지원과 보상을 베풀듯이 던져 주어도 영업력이라는 근본문제는 해결되지 못한다.  제품력도 돌아보고 가격정책도 점검해야 한다.  리더는 큰 그림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융복합 대응으로 발생 가능성을 낮추어야 한다.  문제해결을 통해 내부 운영시스템의 구조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문제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면 사전적 조치를 통해 발생가능성을 낮출 수도 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예측가능성은 다양한 감각 기관이 통합적으로 작용할 때 높아진다.  매출 하락은 고객을 대면하고 있는 영업팀에서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출이라는 신호의 강도를 제품을 개발하는 팀이나, 가격을 책정하는 팀,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팀, 고객센터 등이 융합하여 느낄 수 있는 프로세스를 내재화해야 한다.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는' 융합 대응, 즉 핵심 문제에 대해 가치 창출과 전달의 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일관성 있게 대응하는 것이 문제의 발생가능성은 낮추고 예측가능성은 높인다.  융복합 대응을 위해서는 리더의 관심과 개선의지가 필수적이다.  또한 내부와 외부, 부서와 부서, 개인과 개인을 하나로 묶고 연결하는 강한 내부 운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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