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되게 하라는 데... '안 되는 일'의 유형과 되게 하는 방법
The years wrinkle our skin, but lack of enthusiasm wrinkles our soul. - Socrates
리더, '안되면 되게 하라!' vs. 구성원, '목표는 목표일 뿐!'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많은 일들은 불가능해 보인다. 특히나 숨 막히는 높은 목표가 부여된 도전적 과제, 다양한 사람들이 협력해서 성과를 창출하는 협업형 과제,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는 창조형 과제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불가능해 보이는 이러한 일들은 리더와 구성원들의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합의와 공유 없이 '안되면 되게 하라!'는 리더의 말은 '목표는 목표일 뿐!'이라는 구성원들의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 역량이 부족한 리더는 조직 내 불필요한 파괴적 논쟁을 활성화시키고 그로 인한 분쟁과 벽을 만들어 낸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거나 지원도 못하면서 구성원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찾으라는 리더의 지시는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조직에서는 공허한 메이라가 된다. 구성원들이 변화에 대한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시작부터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숨 막히게 높은 목표!' 도전적 과제, 대화와 토론으로 먼저 마음과 머리를 모아야
매주, 매월, 매분기, 그리고 매년 직전 기간의 성과평가를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목표를 부여받는다. 목표는 상향식(Bottom up)으로 전달되지만, 결국 하향식(Top down)으로 부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영자는 경쟁 상황에서 회사의 전략과 목표를 정해야 하고, 많은 경우 회사의 목표는 개별 사업부나 팀이 제시한 목표의 합보다 높아지게 된다. 조직과 리더가 제시하는 새로운 목표가 3% 신장이나 10% 성장이 아닌 30%, 100% 도약이라면 어떻게 될까? 리더와 구성원들 간에 목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목표는 목표일 뿐’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숨 막히게 높은 목표는 ‘안되면 되게 하라’는 공허한 구호와 함께 허공을 맴돌게 된다.
숨 막히게 높은 목표를 부여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유발하여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일상적이고 습관적 실행력으로는 숨 막히는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리더와 구성원이 대화를 통해 높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과 이유에 대해서 마음으로 공감했다면, 자연스럽게 토론을 통해서 머리를 모아 구조와 프로세스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 매출을 5% 신장시키는 것은 현실적이지만 구성원들의 도전의식을 고취하지도 못하고, 마음과 머리를 모을 수 없다. 매출을 10% 신장시키는 것은 할당된 목표에 대해 개개인의 책임의식을 강화할 수는 있다. 매출을 30%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모두가 마음과 머리를 모아 새로운 것을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
'차라리 나 혼자 하고 말지!' 협업형 과제, 퍼실리테이션으로 조정하고 관리해야
규모가 커지면서 변화보다 안정이 우선시 되는 조직에서 개인이나 팀의 역할과 책임은 비교적 명확히 정의되어 있다. 반대로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조직에서는 역할과 책임이 모호하고 책임지지 않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 두 조직 모두 이유야 다르지만 열린 대화와 건설적 토론이 부족하고 서로 간에 충돌을 회피하는 공통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조직 문화 속에서 신제품 개발이나 프로세스 혁신 등과 같이 개인이나 팀 간의 다기능(Cross Functional) 협업이 요구되는 일들은 효과성이나 효율성 모두 떨어질 수 있다. 부서와 부서, 개인과 개인이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간에서 시너지 효과는 사라지고 어색함과 관망의 태도 만이 남는다.
리더는 협업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퍼실리테이터가 되어야 한다. 부서와 개인 간의 이해관계를 일의 목적을 중심으로 조정하고 바통터치 구간을 코칭하고 관리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는 목표로 하는 일의 품질 수준, 소요기간, 비용을 염두에 두고 회의를 포함한 소통과 조정 기술, 그리고 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의 퍼실리테이팅 능력이 부족하면 개인이나 특정 팀이 하면 ‘안 되는 일’을 다기능 협업을 통해서 ‘되게 하려는’ 과제의 취지는 사라진다. 부서와 개인 간에 책임을 회피하고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잘못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협업에 참가하는 사람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 '차라리 나 혼자 하고 말지!'
협업형 과제에서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협업형 과제에는 리더의 퍼실리테이팅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품질, 비용, 납기를 관리하는 프로젝트 엔지니어(PE, Project engineer)를 별도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략과 방향을 공유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리더와 별도로 프로젝트 엔지니어는 협업형 과제 참여자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협업의 과정을 참여자들에게 공유하고 이슈들에 대해서 관련되는 개인과 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한다. 리더의 손발이 되어 일정표, 회의록, 이슈 리스트를 만들고 효율적 소통을 지원한다. 잘되는 일에는 큰 그림을 그리는 리더와 디테일을 챙기는 오른팔이 있게 마련이다.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 막막함!' 창조형 과제, 아는 사람을 찾아 개방형 혁신을
지금까지 하지 않았고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신사업을 기획하고,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창조형 과제들은 우리에게 '막막함'을 선사한다. 길을 가본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안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리는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유사사례를 모방하는 벤치마킹이나 시장조사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대부분의 경우 뻔한 결론이 나온다. 뻔한 결론은 도전적 목표나 혁신적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많은 조직들이 검토 보고서만 수없이 쓰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이다. 리더는 창조형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창조형 과제가 어려운 이유는 해당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관련된 정보와 인사이트가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PWK, the person who knows)을 조직 내외부에서 찾아내 묻고 배워야 한다. 창조형 과제는 일반적으로 통과의례(rite of passage)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 일이나 제도, 프로세스,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출발점에 같이 서 있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의 통찰력으로 시행착오를 줄여 나갈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의 통찰력과 우리의 통찰력을 연결하여 더욱 새로운 것, '혁신'을 창조해 낼 수 있다.
필자가 이동통신사에서 근무할 당시 음악, 뱅킹과 같은 데이터 서비스가 휴대폰 속으로 막 들어오고 있었다. 아날로그 폰과 스마트 폰의 중간 형태로 터치패드가 발달하지 못한 폰에서 한정된 키패드 공간에 뮤직, 뱅킹 등 단축키(Hot key)를 배치하는 것은 창의적 사고가 필요했다. 필자는 MIT 경영대학원의 에릭 폰 히펠 교수와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이 어려움을 질문으로 던졌다. 에릭 교수는 비행기 조정석의 키를 설계하고 배치하는 디자이너와 그것을 사용하는 파일럿을 만나 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들은 한정적인 공간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컨트롤 키를 배치해야 하는 '우리와 본질적으로는 동일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고 큰 문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안 되는 일’이라고 느끼는 일들은 위의 세 가지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도전적 목표 앞에서 리더는 ‘안되면 되게 하라!’고 구호만 외쳐서는 안 된다. 대화와 건설적 토론을 통해서 '안될 것 같은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마음의 동의를 얻어 자발적 목표 달성 의지를 자극하면 비로소 조직의 목표가 개인의 목표로 연결된다. 실행 과정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과정을 관리하면서 문제 해결 과정을 지원한다.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아는 사람을 찾아서 조직과 연결하여 혁신의 불씨를 댕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