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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Sep 24. 2019

옥구슬만 굴러가도 웃는 나이

일상의 흔적 88

9월 23일, 갑자기 비 하지만 기분은 좋음! 찐빵이랑 웃는 맛에 산다.

내 맛집 메이트를 잠시 잃어버릴 예정이다. 격하게 맛있는 것이 당길 때 쓱 찔러만 봐도 오케이를 외치던 내 찐빵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물론 이게 미루고 미루다 시작한 일이고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다이어트 첫날인 오늘만, 딱 한 번만 시럽 없이 담백한 견과류 라테를 마신다는 조건으로 카페로 향했다.


집 근처에 생긴 깔끔한 외관의 카페였다. 간단한 빵 종류가 몇 가지 있고 심플하고 반짝이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어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간단하게 커피나 한잔하자였지만 영롱한 쿠키 슈에 홀려 결국 당 충전용 슈를 구입했다. 자주 연락하는 사이고 자주 만나는 사이임에도 만날 때마다 늘 할 말이 많다. 서로 웃고 하소연도 하고 부들부들 화풀이도 하다가 결국 코노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엇이 그렇게 재밌는지 우린 가는 길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찐빵이를 만날 때면 늘 이렇게 유쾌한 기분이 든다. 20대 초반의 풋풋함에 물들어가는 기분, 모든 것이 즐겁고 환해지는 기분. 그래서 자꾸 찐빵이에게 놀자고 찔러보는 것 같다. 때때로 늙은 언니가 귀찮을 것 같은데도 찐빵인 늘 나와 잘 놀아준다.


별거 아닌 것에도 깔깔거리며 길을 걷다가 문득 찐빵이가 '옥구슬만 굴러가도 웃는 나이'라는 말을 했다. 당당한 말투로 말하고는 '맞지 맞지?' 하는 얼굴로 돌아보는데 주변 생각 없이 정말 크게 웃고 말았다.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찐빵이가 '옥구슬에 쟁반 그거 맞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아이고 이런 사랑스러운 찐빵이.


'낙엽'이라는 말만 겨우 내뱉고는 껄껄껄 웃는 사이에 머쓱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 하루 중 가장 기분 좋고 크게 웃었다. 이렇게 자꾸 기분 좋게 웃겨주니 짓궂게 놀릴 수밖에. 그래 귀여운 찐빵이 말인데 무엇이 상관이 있을까, '옥구슬만 굴러가도 웃는' 우리가 되면 돼지! 이동하는 내내 웃느라 배까지 아프고 당겼지만 상쾌했다.


오늘도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해 주느라 고생한 우리 찐빵이 고마워. 짓궂게 놀려대도 같이 하하 웃어주는 찐빵이, 치팅데이 때 맛있는 거 사준다고 약속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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