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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Oct 16. 2019

일상에 숨을 불어넣는 새로운 도전

일상의 흔적 94

10월 12일, 엄청난 바람에 비해 괜찮은 날씨. SCA 수업 2주 차

오늘도 회사와 집을 오간다. 어제와 오늘, (아마 내일도) 내 일상이 비슷해져 간다. 이렇게 발전 없이 제자리걸음 하며 살아가도 되는 걸까, 올해가 시작될 때는 분명 많은 시도를 하며 후회 없는 해가 되길 바랬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것처럼, 혼자-를 시작한 것처럼 또 다른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난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낯가림도 심한 편이라 '혼자'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선 긴장감에 몸이 굳곤 한다. 올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행동반경을 넓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차근차근 마음에 용기를 쌓았다. 이렇게 단단하게 쌓인 용기로 일회성 체험이 아닌 꾸준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내 취향에 맞아서 꾸준한 취미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 고민하던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떠올랐다. 커피! 처음엔 단순히 카페가 좋았다.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져 어딜 가든 색다른 느낌의 카페, 따뜻하고 포근한 커피의 향이 마음에 들었고 그러다 보니 커피의 맛도 좋아졌다. 직접 내려 마시는 커피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결심과 동시에 학원을 알아보고, 강의료 결제까지 그날 하루에 모든 것을 결정했다. 학원은 깔끔했고 상담 선생님과 데스크 선생님까지 모든 분들이 친절했다. 슬쩍 둘러본 강의실은 포근한 조명에 고소한 커피 향이 났다. 이날 받은 기분 좋은 느낌은 수업에서도 같았다. 섬세하고 친절한 선생님과 서로 배려해주는 수강생분들을 만났다.


내 손으로 커피를 내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설레는 일이었다. 직접 그라인더를 켜서 가루를 내리고 필터에 담아 탬핑의 과정까지 어색하고 서투른 몸짓이었다. 필터를 끼우고 샷을 내리면서 조그만 에스프레소 잔에 담기는 커피를 보며 뿌듯함이 가득 차올랐다. 필터 양쪽으로 동시에 샷이 떨어질 땐 너무 좋아서 손으로 입을 꽉 막았다.


직접 내린 첫 에스프레소, '첫맛은 자몽처럼 산미가 느껴지고 좀 더 입에 머금었을 땐 다크 카카오의 씁쓸한 맛이 난다. 중간보다 가벼운 바디감의 깔끔한 후미를 가진 커피'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아 어디에서든 달달한 커피를 마셨던 나에겐 첫 에스프레소였다. 무조건 쓰기만 할 거라는 상상과는 달리 입에 머금었을 때 다양한 맛이 났다.


또 한 번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오랜 시간 굳어져 사실처럼 생각해왔던 편견이 깨지는 순간은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커피를 배워보지 않았다면 아주 오랫동안 편견을 깨지 못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이젠 카페에 가면 커피 내리는 모습을 유심히 보게 된다. 자연스러운 몸짓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지 생각하게 된다. 새로운 세상에서 얻은 배움은 이렇게 시각마저 넓게 만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옷에 은은하게 커피 향이 난다. 주말은 이제 시작이지만 벌써 다음 주 토요일이 기대된다. 배움을 향한 기대감으로 꽉 찬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에 뿌듯함이 차오른다. 레벨 1의 과정이 끝나고 자격증까지 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당장의 배움에 집중해야겠다.


다음주엔 카푸치노의 우유 스팀을 배우는데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기대감과 약간의 걱정. 여러가지 생각에 설레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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