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은 아주 조용하게, 생활 속에서 시작됐다.
무너짐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았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조금씩 시작되고 있었다.
그의 루틴에 맞게 일어나는 나서 보내는 하루, 그러나 내 의지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하루, 이유 없이 가라앉아 있던 시간들.
그때의 나는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그냥 조금 피곤한 건가,
요즘 기운이 없는 건가,
그렇게 넘기기에는 너무 많은 날들이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루 종일 무기력했던 날들이 이어졌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편해지면서 동시에 더 깊이 가라앉고 있었다.
숨을 쉬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숨 쉬는 법을 점점 잊어가고 있었다. 가라앉는 그 순간이 오히려 조용한 법,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겐 가장 조용하고 평온한 날들이었다.
정해진 그의 루틴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고, 그 흐름 안에서 조용히 움직였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나의 하루를 살고 있지 않았다.
내 선택보다는 익숙해진 패턴이 하루를 채웠고, 나는 그 안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머물던 날이었다. 후아힌의 공기는 부드러웠고,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잔잔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분명 평온한 풍경이었는데, 그 안에서 나는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상태로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어쩌면 그게 가장 깊이 가라앉아 있던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 무너지면서도
무너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시간.
그때의 나는 분명 살아가고 있었지만, 나로 살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무너짐은 거창한 사건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생활 속에서부터
조용히 시작된다는 걸.
하루를 정해진 루틴대로 정확히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나, 먹고 싶은 것 하나 떠오르지 않는 상태라면,
내 안의 무언가가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