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계의 중심을 다시 찾는 일

나는 한동안, 내 삶의 중심이 아니었다.

by 송송

누군가의 목표를 함께 바라보며, 그의 하루에 맞춰 움직이고,

그의 컨디션에 내 감정을 맞추던 시간들,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분명 사랑은 맞았다.


여러모로 상처도 많았고 무너져있던 그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옆에서 잘 지켜주는 든든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하루는 점점 흐릿해졌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 사람인지

하다못해 무엇을 먹고 싶은지 조차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하루를 꽉 채워 보냈는데도 이상하게 아무것도 남지 않은 기분…


나는 분명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내가 없었다.

그 시간들 속에 내가 없었다.


사랑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건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졌던 날,

나는 처음으로 ‘내 세계의 중심엔 내가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그동안 눌러두고 있던 감정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서운함과, 괜히 날카로워지는 말들, 나조차 이해되지 않는 감정들…

그 시간은 생각보다 거칠었고, 우리는 많이 부딪혔다.


하지만 그 역시 그런 나를 쉽게 지나치지 않았다.

이해하려고 했고, 나를 붙잡아주려고 했고,

무엇보다 내가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조용히 옆에 있어주었다.


그래서인지 그 시간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나를 다시 알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시간을 지나오며 조금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중심에 두고 사랑하는 것과

나를 지키면서 사랑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는 걸.


그래서 지금은, 아주 천천히 나를 다시 중심에 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커피를 내리며 잠깐 멈춰 서는 시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선택들,

내가 좋아하는 감정을 하나씩 다시 찾아가는 일.

넘어졌던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지금, 아주 작게라도 다시 나로 서보려고 한다.

내 세계의 중심에서, 내 스스로의 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