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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May 20. 2019

마음을 나누고 가족이 된다는 것

일상의 흔적 54

5월 18일, 비 덕분에 서늘해진 기온. 인연은 늘 불현듯 찾아온다.

새벽 공기를 타고 습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비가 온다. 꽤 굵은 빗방울에 잠시 기분이 시무룩하다. 오늘은 회사 막내와 막내 부모님과 함께 화왕산 휴양림으로 캠핑을 떠나기로 한 날이다. 든든한 나무 펜션에서 지내는 거라 비와는 상관없지만 내심 날씨가 좋았으면 했다. 하지만 어디론가 떠난다는 설렘은 이내 얼굴에서 미소를 만들어 낸다.


긴 시간을 달렸다. 창밖에 내리는 부슬비가 어쩐지 여행의 기분에 운치를 더하는 것 같다. 아직은 살짝 어색한 부모님들과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옆에 막내는 이미 꿀잠 중, 산길이 꼬불꼬불한데도 흔들림 없이 잘잔다. 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 빗소리가 우리들 사이에 침묵을 채운다. 조용히 흐르는 침묵이 어색하지만은 않다.


우리가 하루 머물 곳은 화왕산 펜션 중 '단감'의 집이다. 여러 곳 중 유일하게 바비큐 공간에 비를 막을 지붕이 있는 곳이어서 오늘 같은 날 행운이다. 부슬비가 내리는 곳에서 운치 있는 저녁을 즐길 수 있다. 고기, 새우, 각종 야채와 양념 등 부모님께서 꼼꼼하게 챙겨 와 주신 물건을 정리하고 잠시 저녁 전에 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마당 한쪽에 빨갛게 불길이 일어나며 공기가 훈훈해졌다. 불길에 맞춰 고기와 같이 먹을 여러 먹거리를 정리하다 보니 새삼 마음이 울렁거렸다. 내가 좋아한다는 말에 챙겨주신 새우, 고기와 같이 먹는 걸 좋아한다는 말에 만들어주신 파채와 쌈무. 누군가 내 소소한 취향을 묻고 궁금해하고 신경 써준 일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숯불에서 바로 구워주는 고기를 한쌈 가득 만들어 입에 넣고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가 빵빵해진 볼로 웃어주었다. 함께 밥을 먹는 사이면 식구라 했던가. 만난 횟수로는 두 번이지만 우린 벌써 1번의 아침과 2번의 점심, 2번의 저녁을 함께 했다. 우리 사이에 놓인 따뜻한 음식을 나누며 마음을 전하고 정을 느꼈던 일이 5번이나 된다는 뜻이다.


"난 송이 참 편해, 우리 종종 이렇게 시간 보내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렇지?"


인연, 지금까지 내 옷깃을 스쳐갔던 사람들 중 나와 좋은 인연으로 남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지금처럼 정을 나누고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는 인연은 얼마나 있었을까. 회사에서 만난 상사와 후배가 서로의 고민을 터놓을 만큼 마음을 보여준다는 건 남다른 경험이다. 막내와 부모님, 좋은 사람 좋은 식구를 만났다는 것이 올해 최고의 행운이다.


밝았던 하늘이 어두워지고 어느새 조명이 켜졌다. 우린 끊임없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를 알아갔다. 잔잔하게 웃음이 이어지고 옛날을 추억하고 현재를 이어나갔다. 식구, 은은하게 오래가는 숯불처럼 이렇게 천천히 식구가 되고 가족으로 스며들길, 불어오는 산바람에 소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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