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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May 26. 2019

나는 네가 부럽다

일상의 흔적 55

5월 21일, 나만 추운 날씨. 부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출근할 때는 날이 좋더니 퇴근 무렵에는 찬바람이 쌩쌩 분다. 어느 시간대 날씨에 옷을 맞춰야 할지 매번 고민이 된다. 썰렁한 팔을 손으로 문지르며 오늘도 열심히 걷는다. 혼자 걸으려니 영 심심한 마음에 이리저리 핸드폰을 돌려보다 아무 생각 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근황이나 나누고 끊을 생각이었는데 어쩐지 말이 길어질 것 같다.


"네가 진짜 부럽다.

그냥 나 빼고 다들 행복해 보여서 부러워."


뜬금없는 한마디를 남겼다. 친구는 딱히 지금 힘들거나 불안정한 상태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남들이 부럽다고 했다. 누군 직업이 좋아서, 같은 나이에도 월급이 많아서 혹은 스트레스가 없어 보여서, 세상에 본인만 빼고 다들 잘 사는 것 같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와 부럽다"를 넘어서 본인과 비교하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끝없이 우울해지는 본인을 본다고 한다. 남과 본인을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한심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공원을 걷는 동안 내 주변에는 해맑은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이리저리 뛰놀았다. 그와 반대로 내 휴대폰에서는 친구의 한숨이 들려왔다. 공간의 이질적인 느낌을 받으며 두서없는 친구의 하소연을 묵묵히 들었다.


"부러워하는 감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사람들마다 다양한 장점이 존재하고 나라는 존재는 완벽하지 않으니

당연히 나에게 없는 좋은 점을 부러워하게 되는 거 아닐까."


삶에서 느끼는 부러움이란 상대방의 장점과 강점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삶에서 만나는 모든 이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 각자의 좋은 점을 파악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을 거치며 우린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열등감을 느끼는 순간, 남과 나를 비교하고 스스로를 못났다고 평가하는 순간, 부러움을 넘어선 질투를 느끼게 되고 스스로를 힘들게 만든다. 부러움과 질투는 명백하게 다른 감정이다. '부러움을 느끼면 진다'고 생각하면 질투, '부러우니 가까이서 좋은 점을 닮아가고 싶다'면 성장의 과정에 놓인 것이 아닐까.


친구는 이 고민을 '이렇게 가볍게 털어버리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순간, 이 시간을 허비하는 남과의 비교, 생각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나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지금의 고민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고민하자고 다짐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부러운 사람이 많다. 전에 만난 막내의 어머님은 여러모로 힘든 회사에서 끈기 있게 5년을 일하셨고, 내 친군 꿈을 위한 도전으로 30대의 길목에서 다시 학생이 됐고, 친한 언니는 삶을 더 즐기기 위해 과감하게 연봉을 낮추고 칼퇴와 넉넉한 휴가를 주는 작은 회사로 이직했다.


그들의 끈기와, 도전, 결단력, 주체성이 부러웠다. 난 아직 끈기 있게 한 회사에 오래 있어본 적도 없고 나이를 핑계로 도전에도 인색했으며, 워라밸을 외치면서도 은근히 연봉에 연연했다. 하지만 이 좋은 사람들과 종종 어울리며 그들의 강점을 배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들이 내게 주는 좋은 영향이 언젠가 내 선택에도 긍정적인 메시지로 전달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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