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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May 27. 2019

난 내가 제일 행복했으면 좋겠어

일상의 흔적 56

5월 24일, 초여름의 습하고 더운 공기. 산다는 건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친구에게 사정이 생겨 선약이 깨졌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 혼자 치킨을 뜯으며 금요일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어쩐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만나기엔 정신적으로 지칠 것 같았다. 아이러니한 스스로의 기분에 고민만 하다 수 언니에게 연락을 했다. 언니라면 아무도 만나고 싶진 않지만 누군가와 있고 싶은 괴상한 지금의 기분을 이해해줄 것 같았다.


아이가 있어 나오기 곤란한 언니를 위해 집으로 찾아갔다. 최근에 이사한 곳이라 처음엔 헤맸지만 이번엔 금방 집을 찾았다. 이제 두 번째 방문이지만 언니네 집이란 이유로 묘한 익숙함과 익숙함에서 오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역시 언니를 만나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놓고 속마음을 털고 징징거릴 수 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내 마음 내려놓을 곳에 도착했다는 생각에 벌써 마음이 풀리는 느낌이다. 작은 상에 치킨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말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종알거리며 하소연도 하고 욕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젠 웃음이 난다. 조용해진 와중에 언니가 물었다.


"넌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해?"


"응. 난 행복하지. 모든 순간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해."


"내 생각엔 우린 어쩌면 작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행복은 아주 작은데 그 작은 행복을 이루기 위해 우린 큰 불행을 감수하고 있잖아.

불행한 와중에 아주 잠깐 행복이 지나가니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행복을 위해 얼마나 아등바등 사는지 모르고."


그런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린 순간순간의 작은 행복을 위해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불행하게 보내고 있나?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사주고 싶은 것 내 만족과 행복을 위해 일을 하고 사회적 의무를 이행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때려치우고 싶기도 하지만 내 행복을 위해 결국 출근하고 사람들과 섞여야 한다.


어쨌든 산다는 것은 의무를 다하며 나를 책임지는 일이다. 나는 좋아하는 일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고,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회사도 그리 나쁘지 않다. 인간관계는 좁지만 만나고 싶을 때 기분 좋게 만날 사람들이 있다. 행복과 불행, 나에게 행복은 얼마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이리저리 생각이 점점 복잡해져서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단순한 사람이다. 나는 내가 제일 행복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모든 순간이 행복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사는 게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내 모든 선택에는 내 행복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이 숨어있다. 작든 크든, 하루의 아주 짧은 순간만의 행복이든, 행복을 위해 대부분 불행하든 어쨌든 삶 속에 행복이 깃들었으면 한다.


행복, 행복, 행복, 행복하고 싶다. 정확히 무엇이 행복인지는 모르지만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 불행보단 행복에 집중하는,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고 싶다.


(모든 순간 모든 날이 행복할 수 없더라도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불행, 힘든 만큼 행복이 따라온다고 여기면 어떨까. 달콤한 사탕을 위해 잠시 쓴 약정도는 눈 딱 감고 먹을 수 있으니 지나갈 불행이라고 여기면 내 삶은 덜 힘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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