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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un 19. 2019

그럼에도 나는 매일 너를 생각한다

일상의 흔적 63

6월 19일, 제법 여름다운 날씨. 회사에 강아지가 놀러 왔다.

어디선가 토독토독 익숙한 소리가 들린 다했더니 회사 대표님이 키우는 강아지가 놀러 왔다. 콩이란 이름처럼 까만 코가 귀여운 몰티즈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와 같은 종이라 그런지 보기만 해도 애틋하고 반갑다. 작은 발로 사무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는데 그 모습을 자꾸 눈으로 좇게 된다.


아직 1살도 채우지 못한 아기강아지는 호기심이 넘친다. 잘 모르는 사람의 손길을 스윽 피하면서도 슬쩍 다가와 냄새를 맡는다. 하얗고 작은 얼굴을 들어 눈이 마주치면 자꾸 우리 집 강아지가 생각난다. 제법 익숙해졌는지 손길에도 반응하고 이젠 살랑살랑 꼬리도 흔들어준다.


어느새 의자 옆으로 다가와 낑낑거리는 콩이를 무릎에 안아 올렸다. 익숙한 온기, 무게, 미약한 콧김은 아득한 옛날의 나와 우리 강아지 야미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보다 더 서투른 손길로 조심히 강아지를 안아 올렸던 나와 그런 내 손길에도 가만히 몸을 맡기던 우리 강아지. 다신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들이 아련하다.


선배는 나에게 본가에 있는 강아지가 생각나냐고 물었다. 말하기도 전에 울컥하는 마음에 그저 '허허' 웃었다. 며칠 전 본가에 내려갔을 때 본 야미는 아직 숨 쉬고 있는 게 기적인 수준이었다. 더 이상 시력도 청력도 기억도 사실은 살기 위한 어떤 본능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울고 싶었지만 울 자격이 있는가 싶어 울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본 야미는 몸을 동글게 말고 있었다. 우리 강아지는 늘 침대에서 우리와 함께 자는 편이라 사람처럼 잔다고 놀리고 웃었던 아이다. 가끔은 베개를 베고 아기 때처럼 배 위로 올라와 같이 대자로 뻗거나 몸을 길게 만들어 사람 사이에 파고들듯 자는 걸 좋아했다. 그런 아이가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부터 몸을 동글게 말고 잠들었다. 아픈 몸을 스스로 껴안고 있는 것 같아 한참을 옆에 앉아 있곤 했다.


뻣뻣한 몸으로도 힘겹게 몸을 말고 있는 야미를 다시 한번 꼭 안아주었다. 이젠 더 이상 빠질 살도 없이 앙상하고 늘어지는 힘없는 몸이 바스러질까 봐 무서웠다. 내가 데려온 내 동생, 생명에 대한 책임을 맹세했던 유일한 내 피붙이. 언제 떠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들이란 것을 알면서도 외면했던 지난날에서 벗어나 현실을 마주했다.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내 유일한 강아지, 내 몸에서 멀리 있지만 생각하지 않은 순간들이 없다. 길을 가다가 반려견 간식을 파는 가게만 봐도 떠오르고, 짤랑이는 목줄 소리만 들어도 생각난다. 전에는 이런 순간들이 반가웠다. 매일매일 야미를 생각하면 기뻤지만 지금은 조금은 슬프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난 매일매일 야미를 생각한다. 아련하게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조각을 마음에 담아둔다.

언젠가 정말 우리 곁을 떠난다고 해도 조금만 슬프고 추억 속에서 기뻐할 수 있게 매일매일 기억을 더듬고 떠올린다.


뒷모습도 우리 강아지랑 똑같이 생긴 콩이. 오랜만에 느껴본 강아지의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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