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송 Jun 24. 2019

한여름 밤의 반짝이는 꿈처럼

일상의 흔적 64

6월 22일, 맑았다가 점차 흐림 그리고 비. 꿈처럼 흘러간 1박 2일 글램핑

다음 달이면 륜이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맥주집을 오픈한다. 본격적으로 인테리어에 들어가고 장사를 시작하고 나면 한동안 여유 없이 흘러갈 것 같아 여행을 계획했다. 이리저리 여행지를 골라보다가 결국 우리끼리 즐겁게 어울리며 놀 수 있는 글램핑으로 결정했다. 같이 갈 다른 친구까지 결정이 되고서는 이날만을 기다렸다.


먹성 좋은 사람들끼리 가는 거라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장을 봤다. 숯불에 올릴 맛있는 고기부터 해산물, 라면, 과자, 각종 야채까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카트를 채웠다. 대용량으로 나와서 하나만 집어도 품 안에 꽉 차는 과자를 집어 들고는 아이처럼 신났다. 모든 게 준비된 펜션이 아니라 구비할 짐이 점점 늘었지만 무거워지는 짐에도 그저 웃음이 나왔다.


기대를 머금고 도착한 캠핑장은 하얗고 예뻤다. 넓은 잔디밭에는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천막 사이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반짝이듯 잔잔한 분위기가 좋았다. 숙소 바로 앞에는 작은 풀장이 마련되어 있어 개구쟁이처럼 물을 뿌리고 놀았다. 줄지어 있는 동그란 돔 모양의 숙소를 보고 있자니 방학이면 학교에 모여 캠핑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 신나는 입꼬리를 감출 수 없었다.


숯불이 들어오는 타이밍에 맞춰 테이블을 채워나갔다. 보기만 해도 뿌듯한 소고기와 각종 양념을 올리고 야채를 씻었다. 벌레를 잡으려 피워둔 모기향과 숯불 연기에 가끔 기침이 나왔지만 고기 한 점, 맥주 한 모금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몸을 감싸는 큰 캠핑 의자에 누워 조금은 흐린 하늘을 바라봤다. 우리 모두의 입에서 '좋다'라는 말이 나왔다.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잠시 웃고 얘기하고 챙겨 온 스피커로 음악을 듣고 그러다 시계를 보면 한두 시간이 지났다. 멀리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 쏟아지는 비가 지붕을 때리며 들리는 빗소리에 정말 현실을 떠나왔다는 느낌이 났다. 우리 넷은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제도 내일도 만날 사람들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더 좋았다. 한여름 밤의 반짝이는 꿈처럼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짧은 꿈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맥주를 마시고 과자를 뜯고 몸을 기대는 이 순간이 좋았다. 어떤 걱정도 불만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없이 서로에게 집중한 지금이 좋았다. 화장실은 멀고 벌레는 많고 비도 많이 왔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이른 새벽이 되고 멀리서 닭이 우는 것 같을 때 겨우 침대에 누웠다. 하얗고 폭신한 이불이 몸을 묻고 다같이 조용히 잠이 들었다. 다시없을 여유로운 하루가 끝나가지만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다시 눈을 감는다. 언젠가 맑은 날 다시 이곳을 찾아 그땐 빗소리 대신 별을 바라보자고 그렇게 약속했다.


한여름 밤의 달콤한 꿈이 흘러간다. 잔잔한 일상에 북적이고 천진했던 사람들과 청량했던 하루가 행복했다.


 

글램핑장 안쪽 문, 소품부터 색까지 취향저격
비 온 뒤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파랗게 빛난다.


작가의 이전글 그럼에도 나는 매일 너를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