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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ul 25. 2019

혼자 살면서 제일 서러울 땐

일상의 흔적 72

7월 23일, 후덥지근하고 습한 공기. 아플 때다.

언제라고 할 것 없이 아플 때가 제일 서럽다. 분명 내 통제 안에 있어야 할 몸이 의지를 벗어나고 끊임없이 몸 여기저기 통증이 일어날 때면 화를 넘어 서러움이 느껴진다. 게다가 아파서 약해진 몸과 마음을 마음껏 투정 부릴 사람이 없다는 것은 진한 외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이러다 보니 자취하면서 생긴 능력이라고는 몸살이나 감기가 올 것 같은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것이다.


침대 옆 협탁의 가장 큰 공간에는 나만의 작은 약국이 있다. 언제든 몸상태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될 때면 이곳을 뒤적인다. 가장 기본적인 통증약부터 해열제, 소화제, 지사제, 몸살, 콧물, 기침 등등 같은 증상도 자세하게 분리시켜 약을 준비해뒀다. 살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데이터는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증상마다 찾아낸 것과 그에 기반해 자세한 요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병을 예방하지 못한다. 이상신호가 와도 귀찮아 약을 미루거나 신호를 감지하지 못할 만큼 바쁘고 힘든 시기에는 그대로 환자가 된다. 아차 하고 나면 이미 머리와 눈꺼풀이 무겁고 초점이 나가며 모든 감각이 둔해진 후다. 이번에도 아차 한 순간이 늦었다. 아침부터 목부근이 후끈한 듯하더니 몸 전체로 열이 퍼졌다.


혼자 살면서 서러울 때가 아플 때라면, 아프면서 제일 억울할 때는 (많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할 때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몸보다 회사의 스케줄이 더 급해서 스스로 고른 약을 물과 함께 삼키는 것으로 처방을 해야 할 때면 뭉글뭉글 억울함이 올라온다. 약해진 몸과 마음 사이로 눈물이 찔끔 모습을 드러낼 때도 있다.


주사 한 대 혹은 영양제도 잠깐 맞을 시간이 없어 하루 종일 코를 훌쩍이고 잘 굴러가지도 않는 머리와 눈을 움직이다 집에 가면 진하게 회의감이 든다. 챙겨줄 사람이 없으니 알아서 (덥지만) 도톰한 옷으로 갈아입고 목에는 손수건을 두른 채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휴대폰 넘어 들려오는 엄마 목소리에 괜히 찡찡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고 위로를 받는다.


분명 어린 시절엔 엄마가 신경 쓰고 나보다 더 아파하는 모습에 괜히 미안해져서 더 의연한 척 굴고 웃곤 했는데, 지금은 걱정해주는 목소리가 좋아서 더 아픈 척을 하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지는 것을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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