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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Aug 05. 2019

이젠 영원히 내 곁을 떠난 너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

일상의 흔적 74

8월 1일, 무더운 여름이 조금은 슬픈 날씨. 이젠 영원한 안녕이구나.

여름휴가를 받아 집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들뜰 수밖에 없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너를 한번 더 안아줄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엄마보단 네가 더 보고 싶었다. 사실 회사 일정이 있어 눈치가 보였지만, 강하게 고집을 부려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네가 있었다면 계단을 오를 때부터 짖는 너의 소리와 문 앞에서 서성이는 너의 발소리가 들렸을 텐데. 요양을 보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에 문 앞에서 괜히 기웃거리다 집에 들어갔다. 별걸 다 서운해한다는 엄마의 타박에도 눈앞에 하얗고 작은 솜뭉치가 어른거렸다.


도착한 날엔 피곤함이 커서 일찍 잠이 들었다. 그러다 눈을 떠보니 현관 앞이었는데 문이 열리고 깡충깡충 네가 뛰어들어와 품에 안겼다. 나를 보고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너를 안고 토닥이고 쓰다듬어줬다. 그 순간부터 사실 꿈인걸 알았다. 건강하게 반짝이는 너의 모습을 좀 더 오래 보고 싶어서 모른 척 너를 품에 안고 마주 웃었다.


꿈에서 깨고 나니 네가 간절하게 보고 싶었다. 아침을 준비하던 엄마의 등 뒤에서 오늘 꼭 야미를 보러 가야겠다고 웅얼거리던 나를 돌아보던 엄마의 표정이 이상했다. 엄만 담담하게 너의 소식을 전했다. 이미 한 달 전 우리 곁을 떠났다고 했다. 좋아하던 정원 예쁜 곳에 편안하게 잠들어있다며 슬프게 웃었다. 그동안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차올랐다.


"그래도 가는 길, 언니한테 마지막 인사를 전하러 왔나 보다. 그날 말하고 싶었는데 혼자 울고 있을까 봐 말 못 했어."


엄마의 덤덤한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가는 길이 힘들지 않게 머뭇거리지 않게 보내줘야 한다는 엄마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난 너로 인해 행복하고 즐거웠고 사랑을 주는 법을 배웠는데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확신이 없었다. 눈을 감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너를 서운하게 만든 일만 떠올라서 미안했다.


나는 누군가를 배려할 줄 몰랐다. 작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말이 통하지 않는 생명과 나누는 사랑의 방법까지 너에게 배웠다. 가끔은 네가 귀찮았다. 놀자며 인형을 물어다 주는 너를, 산책을 조르는 너를, 끈덕지게 내 옆에 붙는 너를 종종 외면했다. 너를 아끼고 예뻐하면서도 여전히 이기적인 나였다. 그때를 후회한다고, 소중한 시간임을 몰라서 그랬다고, 너를 사랑한다고 변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에 너에게 전하는 마지막 편지를 쓴다. 가는 길이 짧지 않을 텐데 나를 기다리느라 늦었을 너의 발걸음이 더 느려지지 않게 웃는 얼굴로 너를 보내고 싶다.


꼬물거리며 나에게 걸어오던 작은 솜뭉치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나한텐 네가 첫사랑이었다. 한창 이갈이를 할 때 이것저것을 물어뜯고 손가락을 물면서도 '아야' 한마디에 무는 척만 하고 핥아주던 똑똑한 너였다. 내가 슬퍼하거나 힘들어할 땐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고 품속을 파고들던 사랑둥이, 너의 온기가 늘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간식에 한눈팔면서도 얻어내고 나면 다시 내 품을 찾던 귀염둥이, 이렇게 언제나 내 곁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산책을 할 때면 주위 모든 것과 교감하고 꼬리를 살랑거리면서도 나와 눈이 마주치기 전까진 걸음을 옮기지 않던 내 새끼, 우리 아기. 마치 내가 너의 세상인 것 같아 뿌듯했었다.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나에겐 행복이자 즐거움이자 사랑 그 자체였다. 너와 함께였기에 외롭지 않았고 너와 함께였기에 용감할 수 있었고 너와 함께 자랐기에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어디선가 반려견이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나중에 내가 다리를 건널 때 마중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너의 마지막도 지켜주지 못한 못난 언니지만 만약 나와준다면, 너로 인해 내 삶은 사랑으로 가득했노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꼭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의 가족이 되어 살았던 너의 삶은 행복했니?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동안 춥지 않게, 이곳에서 우릴 기다리는 동안 외롭지 않게, 너에게 우리가 따뜻한 기억이 되어주었니?"


놀자고 달려들던 너, 꼬리를 바짝 들고 흔들며 준비를 하던 귀염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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