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 입고 글 쓰는 캐나다 엄마

태권소녀 부상

태권도는 정말 멋진 운동이지만, 한편으론 격한 스포츠라 부상은 늘 조심해야 해. 예전에 태권도 관계자분이 방송에서 했던 말이 기억나. “저 아이가 부상 없이 잘 성장한다면 국기원 시범단으로도 충분히 스카우트됩니다.” 그 말이 그만큼 부상이 태권도 선수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는 뜻이겠지.

우리 딸도 그린벨트일 때, 발목에 실금이 가서 깁스를 한 적이 있었어. 그땐 정말 놀라고 속상했지. 사실은 도장에서 다친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축구하다가 살짝 삐끗했던 거였어. 그날 밤, 아프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더니 자려고 눕기 전에 “엄마, 나 발목 좀 이상한 것 같아…”라고 하더라. 그 주에 아빠는 밴쿠버로 출장을 간 상황이었거든.

일단 발목이 좀 부어 보이길래 파스를 뿌려주고 재웠는데, 다음 날 아침엔 바로 병원으로 갔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예상대로 실금이 보인다고 하더라고. 깁스를 하게 됐지. 그리고 그날 밤, 아빠는 출장 마치자마자 쉬지도 않고 달려와서 도착했어. 말 그대로 달려온 아빠의 딸사랑… 대단했지.

딸은 깁스를 하고 학교에 갔는데, 교장 선생님이랑 음악 선생님이 똑같이 물었대. “태권도하다가 다친 거야?” ㅋㅋ. 우리 딸, 억울하게 “아니에요~ 학교에서 축구하다 다친 거예요” 했는데 선생님들이 믿질 않으셨대. 태권소녀라는 이미지가 그만큼 강했나 봐.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서, 우리 가족은 한국 방문을 하게 됐어. 공항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고, 비행기 탈 때도 우선 탑승! 그런데 빨리 내린다고 좋은 것도 아니더라. 짐 기다리느라 또 오래 서 있었거든. 좋다가 말았지, 뭐.

겨우 10주였지만, 그 기간 동안 우리 딸은 태권도 수업도 못 듣고, 기대했던 태권도원 체험도 거의 못 해서 자신감이 완전히 떨어졌어. 게다가 겨울이라 그런지, 살짝 우울한 기분까지 들었던 것 같아. 그때 우리는 깨달았지. 단순한 발목 부상도 아이의 마음과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말이야.

다행히 한국에서 깁스를 풀었고, 돌아와서 천천히 회복하면서 다시 태권도를 시작했어. 그 후로 우리 가족은 매번 외친다.

“다치지 말자. 아프지 말자. 우리 모두 건강하자!“

건강이 최고라는 말, 요즘 더 절실하게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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