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토닥 Oct 04. 2024

왜 내 옆엔 아무도 안 앉아요?

첫 문화센터 방문에서 상처받은 엄마 마음 토닥토닥



5개월 그녀와 함께 첫 문화센터를 가게 되었다.

궁금했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라는 호기심

내 육아방식과 놀이법이 괜찮은지에 대한 의구심

문화센터에서 새로운 놀이방법을 배워서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욕심이 만나

나를 5개월 그녀와 함께 문화센터로 이끌었다.


하나둘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이미 친한 엄마들도 꽤 있었다.

'조리원 동기인가?' 

싶었는데 슬쩍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맞는 것 같다.


친정집 주변 조리원을 선택했던 나는 조리원동기가 없다.

당시 젖몸살이 너무 심해서 누구를 사귈 정신적 여유도 없었고

내 집 주변이 아니다 보니 굳이 사회생활을 해서 친해져도 

결국 못 보면 멀어질 건데 싶어서 노력하지 않았다.


그렇게 엄마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결국

내 양 옆 자리만 비어있었다.


'아, 내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이나? 

화장을 좀 하고 올걸 그랬나? 

옷을 좀 깔끔하게 입고 올걸 그랬나?

5개월 그녀가 옷이 더러워질 거 같아서 좀 꼬질꼬질한 옷을 입혀놓아서 그런가?'

다양한 생각이 순식간에 들었다.


다른 아기들은 기저귀 모델처럼 최고로 이쁘게 귀엽게 하고 왔는데

안 그래도 머리카락이 별로 없는 5개월 그녀의 머리는 

그 흔한 머리띠나 머리핀 하나 꽂혀있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없어서 머리핀은 꽂아지지도 않는다.)

 

내 옆자리가 왜 결국 채워지지 않았는가를 두고 외로운 고민에 휩싸였다

나에게서 원인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정신없이 수업을 하다 보니

40분이 4분처럼 느껴졌다.


수업이 끝나자 먼발치 엄마들의 대화를 잠깐 엿들었다.

"확실히 독일 거라 그런지 유모차가 튼튼해."

"디럭스야? 절충형이 어쩌고 저쩌고."


여기까지 듣고 내 귀가 저절로 닫혔다.

당근으로 나눔받은 유모차를 준비한 나에게 그녀들의 대화는 

공통 관심사가 나와는 다르다는 걸 바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문화센터에 친구를 사귀러 간 건 아니었고,

누군가를 알아 가기에 40분은 너무 짧은 시간이라 생각하며 

문화센터 수업이 끝나고 

5개월 그녀의 트랜스포머 옵티머스 프라임(시내버스)을 기다리러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는데

카페 야외석에 유모차를 주차하고 여유롭게 웃고 있는 

아까 문화센터 엄마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버스 정류장에 아기띠를 하고 서 있는 내 모습을

그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순간 5개월 그녀가 저 멀리서 오고 있는 

그녀의 트랜스포머 옵티머스프라임(시내버스)을 보자 

허벅지를 있는 힘껏 스프링처럼 튕기기 시작했다.

5개월 그녀가 신이 난 것이다.

버둥버둥 얼른 타고 싶어서 신이 난 5개월 그녀를 보자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다른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비교하는 게 나쁜 거야.'


이 생각이 들자 그녀들에게 세상 환한 미소를 지으며

눈이 마주친 엄마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5개월 그녀의 옵티머스프라임에 탑승했다.





이전 01화 불편하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