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없이 육아를 해봅니다. 도전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자동차 없이 육아를 어떻게 해?"
입니다.
네, 5개월 그녀와 자동차 없는 육아를 해보고 있습니다.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같습니다.
"할만해."
"불편하잖아?"
"불편하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야."
5개월 그녀의 첫 대중교통은 버스였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은 생각보다 더 촘촘했고,
핸드폰으로 미리 도착 예정시간을 '초' 단위로 알 수 있었습니다.
외출에 앞서
5개월 그녀의 낮잠 시간에 샤워를 하고, 기저귀 외출 가방을 채우고,
모유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만발의 준비를 끝냅니다.
버스 도착예정시간을 10분 앞두고
아기띠에 5개월 그녀를 태웁니다.
그녀의 다리가 아기띠 위에서 춤을 춥니다.
자동차 없는 육아는 물론 불편합니다.
자동차가 있다면 버스 도착예정시간을 보지 않아도 되고,
그냥 자동차 카시트에 그녀를 태우고 네비를 찍으면 끝일테지만
자동차 없는 육아는 외출 준비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엄마의 마음이 여유롭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5개월 그녀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의외로 제 마음을 가장 웃게 합니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과
버스에 이미 타있는 승객들과
버스에 승차하는 승객들과
버스에서 내려 목적지로 걸어가는 길에 스치는 사람들까지.
위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5개월 그녀를 보면 모두가 웃습니다.
아기띠의 특성상 5개월 그녀와 항상 같은 곳을 바라봅니다.
따라서 웃는 사람들의 표정을 제가 오롯이 볼 수 있습니다.
5개월 그녀를 보고 웃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육아로 힘들었던 마음의 주름이 펴집니다.
나도 모르게 괜히 뿌듯해지면서 말입니다.
5개월 그녀는 눈이 마주친 누군지 모르는
길가는 행인 혹은 버스 승객에게 방긋 웃습니다.
그러면 100% 더 큰 웃음으로 그녀에게 사람들이 화답합니다.
순수하게 웃는 사람들의 표정을 덕분에 정말 많이 보게 됩니다.
엄마의 마음이 좋아집니다.
웃는 표정을 보는데 기분 나쁠 리가 있을까요.
심지어 5개월 그녀의 웃음에 화답하는 표정인데 당연히 좋습니다.
마음속으로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여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구마구 외칩니다.
물론 측은하게 보는 표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표정도 5개월 그녀의 방긋 한방이면 금세 함박웃음으로 바뀝니다.
오늘도 버스 도착예정시간을 보며 그녀와의 외출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