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모두 잠든 밤. 혼자 게임을 하던 중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회사 선배였다. 이태원에서 사고가 났는데 상황이 심각하니 취재를 가줄 수 있겠냐고 했다. 장비가 없어, 집에서 쓰던 캐논 카메라에 24-105mm 렌즈를 끼워 급히 챙겼다. 새벽이라 택시도 잡히지 않아, 직접 차를 몰고 용산구로 향했다.
반포대교까지는 늘 그랬듯 조용한 새벽 1시의 도로 풍경이 이어졌다. 하지만 용산구청을 지나자,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양쪽 도로는 경찰 버스와 구급차들로 막혀 있었다.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이 뒤엉켜, 마치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인 듯했다.
이태원 진입로에 도착하자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스튬을 한 사람들만 제지하고, 평범한 복장의 나는 그냥 통과할 수 있었다. ‘해밀튼 호텔 쪽에서 사고가 났다’는 말만 듣고 세계 음식 거리일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그곳은 여전히 파티 분위기였다. 여기가 아닌가 싶어 다시 대로로 나와 이태원역 쪽으로 향했다. 그제서야 사고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일 먼저 생존자들이 보였다. 은박지를 두른 채 구급 대원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저체온증 때문이었다. 그 주변에선 막내 기자들이 쭈뼛거리며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현장은 경찰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진입도 어렵고, 사다리도 없어 골목 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쩌나 싶어 뒤를 돌아보니 맞은편 건물 2층에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바돔 감자탕’이라는 간판 아래였다. 올라가 보니 한쪽에선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선 사진 기자들이 창가에 진을 치고 있었다.
멀리서 내려다본 사고 지점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좁은 골목길이었다. 경찰 다섯 명이 일렬로 서서 출입을 막고 있었다. 사고 현장은 부감 구도가 중요했다. 이 자리가 가장 적당하다 싶어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갑자기 부서장급으로 보이는 경찰이 올라와, 취재진에게 내려오라고 고함을 질렀다. 옆 타사 선배가 맞대응하듯 욕을 하며 소리쳤고, 이윽고 경찰이 감자탕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기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식기들이 바닥에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다. 참다못한 주인 아주머니가 “다 나가!”라고 고함을 쳤다. 죄송합니다…
왜 경찰이 굳이 2층에서 취재진을 내쫓으려 했는지는 잠시 뒤에야 알게 됐다. 사고 현장 왼편에 빈 건물이 있었고, 그 안에 사망자들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돼 있었다. 곧이어 소방대원들이 그 건물에서 시신을 하나씩 들것에 실어 구급차로 옮기기 시작했다. 들것 행렬은 골목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새벽 3시경, 시신들이 모두 옮겨지면서 현장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초기 소방서 발표로는 사망자가 2명이었지만, 새벽 4시경 브리핑에서는 120명으로 늘어났다. 복통을 호소하는 부상자들은 내부 장기 손상이 의심됐다.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고 원인은 알려진 대로다. 밤 10시 무렵, 삼거리 양쪽에서 좁고 경사진 골목으로 핼러윈 인파가 한꺼번에 몰렸다. 비탈진 골목이라 한 번 중심을 잃자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넘어졌다. 위쪽에 있던 사람들은 ㄱ자로 꺾인 구조 때문에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번 사고에서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그 순간부터 이후까지의 모든 과정이 영상으로 찍혀 SNS에 공유됐다는 사실이었다. 스마트폰의 광각 카메라로 찍힌, 일렬로 누운 시신들의 장면들은 여과 없이 퍼졌다. 재난 보도 준칙을 따르는 언론인이라면 절대 내보낼 수 없는 장면들이다.
솔직히 말해, 내가 그 현장에 있었더라도 그런 영상을 찍을 수 있었을까? 아마 카메라를 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카메라가 아닌, 윤리의 무게까지 가볍게 만들어버린 스마트폰이었기에 가능했던 기록이다.
이후 취재는 현장 감식, 서울시장의 방문, 분향소의 추모 행렬, 빈소에서 오열하는 유족, 전문가들의 사고 분석 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사고 피해자들에게 “왜 그런 곳에 갔느냐”며 비난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사회는 암묵적인 질서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다가, 어느 날 그 ‘선’이 무너진다. 그리고 그 대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그저 가장 찬란한 시기에 인생을 즐기려 했던 젊은이들이, 너무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2022년 10월 30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