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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Su Mar 05. 2024

아이가 울면서 왔다

오늘은 아이가 전학 하고 첫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전 날 밤 쉬이 잠에 들지 못하더니, 마음 같지 않은 하루였나보다. 

하교길에 마중나가 만난 아이의 첫 마주한 얼굴에 금새 눈물이 그득 차올랐다. 

두근두근, 조마조마했을 그녀의 하루가 얼마나 길고 힘들었던걸까.

마음이 시끄럽게 들끓었다. 

아이 눈에 고인 눈물이 내 눈에도 옮겨온 듯, 내 눈시울도 금새 붉어져왔지만 모른척 아이를 다독였다.

일과 중의 일들을 묻고, 그때의 마음들을 물었다. 

바로 타러 가야할 학원 셔틀이 왠말이냐, 까짓 학원수업이 이 판국에 왠말이냐.

아이 마음이 오늘 물기로 가득 차올랐다는데, 당장에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왔다. 


힘들었다는 아이를 꼬옥 품에 안아주었다. 

내 키보다 조금 더 커진 아이를 온 팔로 꼬옥 안아주며 "괜찮아' 하고 토닥토닥였다. 

이내 눈물을 그치고 입을 연 아이는, 이미 모두 서로 아는 사이인 교우들 사이에서 외로웠던 모양이다. 

이제 첫 날이라 아마도 다들 낯설면서도, 또 자기에게 익숙한 친구들을 찾아모아 우르르 몰려 나갔던 모양이다 .

정 들었던 전 학교 친구들이 떠올라 더 마음이 안 좋았을 것이다. 

낯설움과 어색함, 홀로 소외된 느낌이 싫었을 것이다.

 다행스레 친구들이 차례 챙겨준 모양인데, 지극히 내향적인 성향에 쉬이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많이도 어려웠을 거란걸 너무나 잘 알겠기에, 더욱 마음이 애잔했다.


사실은 엄마인 나도 밤잠을 설쳤다. 

전학을 한 일이 잘 한 선택이었을까, 아이가 금방 적응을 잘 해 줄 수 있을까. 

학교에는 좋은 인품의 친구들이 많이 있을까. 혹시나 거친 아이들은 없으려나 등등. 

매 년 신학기가 되면 하게 되는 고민이었지만, 전학이라는 일은 여리디 여린 아이의 마음들에는 커다란 사건이긴 할 것이다. 

부디 바라고 바라는 것은 , 가능한 한 빨리 좋은 새 친구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며 즐거운 학창 시절을 또 한해 잘 보내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또 한가지 보태어 바랄 것이 있다면, 내 아이가 조금만 더 왈가닥 쾌활소녀가 되어 주었음 하는 것. 

여기저기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어울림에 어색해하지 않고, 섞여들어가길 바라는 것이다. 


오늘의 하루가 전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고, 하루가 더 흐르고 한 주가 더 지나고 또 여러날들이 지나면 꼭 그렇게 딸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지금은 너무나 간절히 소망한다. 


아이가 청소년으로 커 가는 과정을 함께 겪고 지켜봐주는 일은, 

기저귀 갈고 밤잠 못자고 수유하고, 하루종일 졸졸 따라다니며 챙겨야했던 어린 아기 시절보다 

몇 천배는 더 힘든 것 같다. 

아이도 그렇지만, 아마도 나부터 더 마음 단단해지는게 급선무가 아닐까... 

눈물 많고 걱정을 태산같이 이고 사는 내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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