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by HeySu

지하철의 풍경 속에는 고개 숙인 사람들이 가득하다. 모두가 한 곳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지하철 안의 사람들 모습이 어떠했었는지, 그들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 있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분명 나도 그 시절을 지나며 수도 없이 봤을 풍경인데 말이다. 어떤 사람이 내 옆에 앉았고, 어떤 사람이 내 앞에 다리 버텨가며 서 가고 있는지, 마주보는 의자에 앉은 사람 표정은 어때보이는지 이런 걸 신경쓰는 사람이 아직 있을까? ‘저 사람은 오늘 많이 힘들어 보이네.이 사람은 오늘 좋은 일이 있구나? 문간에 기댄 저 사람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는걸까. 이 사람은 이런 신발을 신고 다니는구나. 저 여자분은 오늘 스타일링이 너무 좋다. 저 연인들은 사랑에 빠진지 얼마 안됬을거야.’ 가끔 나는 일부러 고개 들어 슬쩍슬쩍 사람들을 훔쳐보곤 한다. 지친 듯한 사람들 마음은 어루만져주고 싶고, 왠지 들떠보이는 이들의 마음에 나도 괜시리 설레고, 누군가 보고 있는 책 제목은 머릿속에 집어넣었다가 슬쩍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기도 하면서 잠시 스치는 중인 그 사람들을 눈에 담는다. 같은 시간, 같은 열차 , 같은 차량칸에서 이렇게 하나의 집합으로 모여있다가 하나 둘 씩 각자의 종착역에서 흩어져 사라져 간다. 매일매일 수없이 멈추고 달리는 지하철에서 모였다 사라지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 중에 특별한 인연을 맺어가는 한 두 점 의 교차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하면 아주 묘하게 짜릿하다. 부디 악연이 아니라 인연이기를 , 아주 다정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져가기를. 아주아주 멀리 줌 아웃되어 하나하나 들여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치 우주의 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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