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by HeySu

고3 수능 시험이 끝나고 대학입학을 앞둔 어느 날 한 친구가 자기랑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자고 졸라댔다. 친구 손에 이끌려 생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그 일터는 ‘놀부보쌈’이었다. 제법 큰 규모로 운영되는 식당이었고, 앳된 얼굴의 우리는 식당 어른들의 이쁨과 격려 속에서 열심히 일했다. 크고 동그란 오봉 쟁반에 음식을 잔뜩 실어 날랐다. 여기저기에서 불러대는 손님들 시중들기에 이마에선 땀이 마를 새 없었다. 엄마아빠 나이대의 손님들은 동분서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이뻐보였는지 간식 한 두개 손에 쥐어 주시기도 하고, 집에 갈 때 차비 하라며 천원짜리 몇 장 꺼내 접어 앞치마 주머니 안에 쏘옥 넣어주시곤 했다. 소독된 수저들을 잔뜩 받아다가 흰 행주로 하나하나 닦아 통에 채우고, 팔을 한껏 벌려야 들수 있었던 크고 무거운 쟁반들을 수도 없이 반복해 나르는 일과가 끝나면 팔목이 시큰시큰 몸이 힘들었다. 일하는 방법이 서툴러 몸도 상하고 마음 상할 일도 있었지만, 이런 어른 손님들의 배려와 마음 씀씀이가 캄캄한 밤길 집에 돌아가는 그 길 위에서도 깡총뛰게 했다. 돌이켜보면 첫 아르바이트로 참 힘든일을 선택했구나 싶어 웃음나기도 하지만, 스물여섯 해 전 그 겨울 기분좋았던 밤들이 색감도 바래지 않고 여전하게 재생된다. 나는 지금 그 어른들처럼 마음 넉넉한 ‘어른’으로 잘 자라 그 때의 나 같은 어린 친구들에게 다정하고 사려깊은 눈빛을 잘 나눠주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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