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내성적이고 여리고 공감에 탁월한 것 같다가도, 어느 때에는 굉장한 냉정함으로 차가워지고, 이기적이고, 부정적이고 누군가를 탓하고 싶어진다.
본래 내 모습보다 더 좋아보이고 싶고 본디의 나보다 나를 더 안쓰러워 보이게 만들고 싶을 때도 종종 있다.
완벽하고 탄탄한 모습으로 도도함을 뽐내고 싶은 마음 이면에는 한없이 낮아진 자존감과 불안에 무너지는 모습이 숨어있다.
도대체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걸까.
제 깃털이 볼품 없고 부끄러워, 땅에 떨어진 다른 새들의 이 깃털 저 깃털을 주워다 몸에 덕지덕지 애써 붙여 놓은, 우스꽝스러운 우화 속 어리석은 새가 된 기분이다.
내가 아닌 '거짓'들로 한껏 단장해놓은, 진짜가 아닌 '내'가 부끄러워지는 요즘이다.
본디의 자연스러운 '나', 그대로 두면 표현하려 애쓰지 않아도 절로 드러나는 '나'를 발견하고 싶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튀지 않고 눈치껏 잘 살아야했던 유년기의 나는, 성년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랬다. 좋은 사람이어야했고, 알아서 다른 이를 앞서 챙겨야 마음 편했던 사람이었다. 보낸 정보다 오는 정이 '매우' 덜 한 경우에도 섭섭함이나 상처들은 혼자 티내지 않고 감내하는 편을 선택하는, 미련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는게 더 편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문제의 주인공이 돠는 것이 죽어도 싫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나를 만만히 보고 함부로 하는 사람이 많아져 외려 더 힘들어지기도 했었지만 다행인건 지금은 그때만큼 최악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나도 '적절한 선'에서 자기 주장도 확실히 할 수 있는 위축되지 않은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
달라지려 애쓰는 내가 과거의 나와 부딪쳐 역동이 일더라도, 부던히 틀에서 벗어나려 그때마다 애써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려 한다.
이런 내 마음을 찡하게 울렸던 시가 있다.
찰스 화이트 필드의 저서 < 엄마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받은 너에게 > 를 읽다가 발견한 시다.
나와 같은 고민으로 거짓자아, 거짓 가면을 쓰고 힘들어하는 동지들에게 '찰스 핀'의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에게 속지 마세요.
내 얼굴에 속지 마세요.
나는 수천 개의 가면을 쓰고 있답니다 .
가면을 벗는 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에요.
나는 그중 어느 것도 아니랍니다.
가장은 제 2의 나를 만드는 기술이지만
그것에 속지는 말아 주세요.
부디 속지 마세요.
나는 당신에게
내가 늘 안전하고
안팎의 모든 것이 환한 빛을 내며 평온하고 ,
자신감과 냉정함을 잃지 않고,
늘 순탄하게 모든 것을 잘 이끌어가고,
아무도 필요 없을 것 같은 인상을 주죠.
하지만 그런 나를 믿지 마세요
나의 겉모습은 부드러워 보일지 모르나
그것은 내 모습을 감춰주는 다양한 가면일뿐이에요
그 밑에 안락함이란 없죠
그 밑은 혼란스러움과 두려움, 외로움으로 가득해요
하지만 난 그런게 싫어요.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요.
나의 약점과 두려움이 드러나는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그래서 나는 뒤에 숨어 나를 감추고 ,
태연하고 세련된 얼굴을 하고,
다른 사람인 척 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 모두를 아는 듯한 눈으로부터 몸을 숨길
가면을 만드는 것에 광적으로 집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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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어요.
감히 그렇게는 못해요.
너무도 두려워요
당신이 이런 날 보면 받아주지 않고
사랑해 주지 않을까봐 두려워요.
당신이 날 제대로 생각해 주지 않을까 봐 두렵고,
당신이 날 비웃을까 봐 두렵고,
그 비웃음이 날 죽음으로 이끌까봐 두려워요
나는 정말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봐 두렵고,
내가 아무 가치도 없을까 봐 두렵고
이런 날 당신이 거부할까봐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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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의 나, 자연스러운 내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당신의 도움이 있어야 해요.
내가 결코 바라지 않을 때에도 당신이 도와줘야 해요.
당신만이 내 눈에서 숨만 쉰 채 죽어 있는 텅 빈 눈동자를 걷어내 줄 수 있어요.
당신이 친절을 베풀고 자상하게 대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줄 때마다 ,
당신이 진심으로 염려하는 마음에서
날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내 심장은 날개를 달고 자라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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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러기로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공포와 불확실로 가득 찬 어둠의 세계에서,
너무도 외로운 나만의 감옥에서,
나를 끌어내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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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일까요? 알고 싶나요?
나는 당신이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에요.
나는 당신이 만나는 모든 남자이자
당신이 만나는 모든 여자니까요.
거짓자아에서, 상처입은 내면아이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그 날 까지...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