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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다짐

마음의 돌덩이를 조금 내려놓는다.

by 쏘니

작년 9월부터 이어진 2021년 사업 건에 대한 감사 및 징계 절차가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징계위원회가 열렸고, 나는 이에 대해 소명한 후 결과를 기다려왔다. 결국 불문경고라는 결과가 나왔다. 회사에서는 그간의 소명을 일정 부분 인정했다고 하나, 억울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의제기를 할 수도 있지만, 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밟아야 한다기에 일단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결과에 대한 회신은 해야 하지만,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본 후 전달할 예정이다.

9개월 가까이 이 일에 매달리며 마음속엔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놓여 있는 듯한 무거움이 계속되었다. 4년 전 일이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했던 일이었기에, 결과적으로 잘못이 있었다는 결론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다.

노무사와 변호사와 상담하며 소명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울기도 했다. 3년간의 휴직과 이직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나는 15년 가까이 이 일을 해왔다.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기에, 마음의 상처도 컸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내가 맡았던 사업이 많은 말과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 같다. 문제를 문제로 보면 문제처럼 보인다는 말처럼, 그 일도 그런 시선으로 해석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 지긋지긋했던 징계 건은 마무리되었다. 불문경고는 ‘옐로카드’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일정 기간 동안 포상이나 승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지만, 그런 건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정식 징계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이 일을 이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내가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해왔는지 돌아보면,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나 자신을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일 역시 나를 위해 정리하려 한다. 내 노력과 일이 완벽히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일부라도 소명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에 감사하려 한다.

아이러니하다. 처음 이 사건으로 인해 절벽 끝에 몰린 듯한 기분이 들었을 땐 ‘두고 보자’는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덤덤하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일지도 모른다.

육아휴직 2년 중 9개월을 이 일로 감정과 시간을 쏟아부었다. 남은 기간만큼은 오롯이 아이와 나, 그리고 가족을 위해 쓰고 싶다. 미련 없이 떠나려고 했지만 현실이 발을 붙잡아 복직은 할 듯 하다. 복직 이후 얼마나 더 세심하게 사업을 살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다.

15년간 쌓아온 일이 부정당한 듯한 느낌도 아직은 지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앞으로의 15년은 지금까지보다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다시 나를 위해 기운을 북돋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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