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오전에 데려다주고 이것 저것 집안일을 하다가 산책을 나왔는데 브런치 글을 안 올린 게 생각났다. 별거 아니지만 나와의 약속이라 올려야지 하고 저장글을 봤는데 앗차 글을 써야지만 하고 생각만 하고 말았다. 브런치 글은 두 개나 세 개를 저장해 두는데 이번엔 저장글을 다 발행했던 거다. 왜 웹툰작가들이 세이브 원고를 하는지 알겠다.
어제 아부지가 주신 파인애플 식초를 꺼내봤다. 벌써 일주일도 더됐는데 미루다 드디어 꺼냈다. 듬직한 딸래미가 좀 가느다래졌으면 하는 바람이 파인애플 식초에 담긴 거겠지. 파인애플을 꺼내고 액체를 부었는데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부지 감사해요.
파인애플을 꺼내 먹어보니 달콤했다. 끝맛이 좀 셨는데 신랑에게도 줘보니 스타일이 아니라고 한다. 물에 1대 9 비율로 액체를 섞어 먹으면 된다고 하는데 한참 먹겠다. 작은 물병 두 개 분량이 나왔다.
얼음에 물을 동동띄워 액체를 부어 마셔봤다. 달고 신 아빠의 사랑인가. 사실 아동 청소년기엔 거의 말도 안하고 지내다가 스무 살 넘어 집에서 술한잔 하고 아부지가 사회복지 공부를 좀 하시면서 부터 얘기가 됐던 거 같다. 천상 공대생인 아부지와 천상 인문계인 내가 맞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까. 우리 아이는 어떨까. 아직은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인데 이 거리가 계속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