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서 저녁먹고 선풍기 쐬며 딱 하루를 마무리하면 상쾌한 밤이 될 예정이었는데 아이가 7시에 놀이터에서 약속이 있다고 한다. 재차 확인해 보니 저녁먹고 7시에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집에서 제일 먼 놀이터라 정말 맞는지 확인했는데 그렇다고 하여 급히 김밥을 싸서 먹였다.
이러려고 내가 인스타에서 간단김밥을 보았나. 김밥김 반에 밥을 펴고 멸치와 오이채, 참치를 조금 깔고는 반으로 접어 꼭꼭 붙여주고 5등분을 해서 칼로 잘랐다. 그리고 계란물을 입혀 네모김밥을 주었는데 곧잘 먹고는 서둘러서 놀이터로 향했다.
아이가 가끔 약속을 잡아 오면 되도록 나가려고 하는데 가끔은 상대방 아이가 없는 경우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런 경우의 수가 오백만여가지는 되겠지만 그럴 때 실망하는 아이가 안타깝기도 했다. 상대방 아이도 동일한 마음일거라 생각하며 길을 나섰다.
놀이터에 가니 약속을 한 친구가 나와 있었고 잠시 뒤 다른 친구가 또 나왔다. 인싸재질의 아이가 약속을 두 갤 잡아 둔 거다. 영리한지고. 모두 다 아는 사이이니 한시간을 내리 놀아 8시가 되었는데 상대방 아이 엄마에게 언제가시냐 물어보니 9시는 되야 집에 들어 간다고 한다. 낮에는 놀면 너무 더워서 금방 지치는데 저녁을 먹고 나와서 있으면 선선하고 더 재밌게 놀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러기엔 내 체력이 바닥이었다. 넓은 단지 끝쪽인 우리집은 유치원 왕복 30분에 태권도 미술까지 왔다갔다 후 놀이터 끝까지 오며 이미 18000걸음을 넘겼다. 골반이 아프기 시작해서 June에게 10분 뒤 귀가를 통보하니 입이 대빨 나왔다.
집에가서 보니 2만보를 걸었다. 허리랑 골반이 삐걱댈 만 하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1키로가 빠졌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걸으면 체력이 남아나지 않겠지. 고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게 느껴졌다. 아침에 유치원에 가며 아이는 오늘도 약속을 잡으면 좋겠다고 하며 갔다. 오저런. 좋겠지만 좋은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약속을 잡더라도 가까운 놀이터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