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시간
지난 달부터 태권도에서 토요일 행사로 워터파크를 간다고 잔뜩 기대 하던 어린이다. 선착순 40명이었는데 대기 1번으로 접수해서 결국 선착순 40명 안에 들었다. 계속 자기가 40명 안에 들었냐고 워터파크 가도 되냐고 몇 주째 물어봤는데 이번 주에는 몇 밤 자면 워터파크 간다며 월요일부터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걱정도 좀 되긴 했지만 3년차 보내는 태권도장이고 별 문제 없이 잘 다니긴 했어서 그래도 약간의 불안을 갖고 신청한 터였다.
워터파크에 앞서 금요일은 도서관 행사를 신청했었다. 겨울방학 기간이기도 하고 도서관이 휴관하는데 어린이들을 위해 개방하여 책놀이 위주로 게임을 한다 해서 신청한 프로그램이었다. 9시 반까지 가야 해서 아침에 유치원 갈 때 보다 더 서둘러서 준비하고 갔지만 눈이 많이 날려 5분 가량 늦었다. 다행히 설명을 하고 있어서 급히 아이와 참여했는데 아이만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내 시간이 꽁으로 생긴 기분이었다. 아이에겐 재밌게 잘 하라고 화이팅을 외쳐 주고 나는 휴식 공간에 비치된 책을 읽으며 2시간 여를 보냈다.
책을 보다가 끝나는 시간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는데 문 너머로 본 아이는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옆에 있는 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선생님 말씀에 대답도 했다. 많이 컸다는 생각에 대견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워터파크 가는 날, 아침에 일어나란 말에 벌떡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하고 옷을 입는 아이는 정말 너무너무 신나 보였다. 나의 불안은 필요가 없다는 듯 태권도 장에도 신나게 들어갔다. 아이는 혼자서 샤워도 다 하고 샤워장에 비누도 있어서 그걸로 다 씻고 관장님 사범님 말씀을 잘 들으며 놀다가 왔다고 후기를 들려 줬다. 발이 닿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구명조끼도 입었고 수영도 해 봤다며 관장님이 수영 잘 한다고 얘기해주셨다고 뿌듯해 하기도 했다. 물안경과 수영모자를 챙겨 줬는데 잘 활용하고 온 듯 하다.
다음 주말엔 가족과 같이 워터파크에 또 가자는 어린이를 살살 구슬려서 일단 아파트 안에 있는 수영장에 가는 걸로 협의를 했다. 이틀 연속 물놀이를 하면 좀 피곤해서라도 가자는 얘길 덜 하려나. 자기 전까지 워터파크 얘기를 하다가 잠든 어린이를 보니 많이 컸다 싶었다. 혼자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언젠간 자립을 할 아이다. 내가 사회복지사로 자립을 얘기하곤 했지만 그게 내 아이가 되니 새삼스럽다. 이렇게 아이가 크는 건가 싶고. 나도 한 뼘 더 자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