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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Apr 18. 2024

이제는 내가 옷을 고를 때


어느 날 문득 내가 입고 있는 옷의 단추가 처음부터 잘 못 끼워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틀어져있는 옷을 입고 있자니 불편했지만, 끼워져 있는 단추가 너무 많아서 풀어낼 일이 까마득했다.


그래도 힘이 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단추를 풀어냈다. 옷이 헐거워지자 숨을 더 쉴 수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내 호흡은 더 컸다.


그런데, 단추를 풀면 풀수록 나는 불안하기도 했다. 입고 있던 옷은 이미 틀어져버려서 다시 입을 수가 없는데, 그 옷을 벗어버리자니 벌거숭이가 되는 것 같았다. 갈아입을 다른 옷도 없었다. 마지막 단추는 끼워진 지 너무 오래되어서 풀어내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그 상태로 한동안을 더 지냈다. 단추 하나만 걸려있는 옷은 마치 목줄 같기도 했다.


결국 나는 마지막 단추를 뜯어내버렸는데, 그때는 내 벌거숭이 몸이 수치스럽지 않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입을 옷을 내가 고르려 하고 있다.

나는 어떤 색을 좋아했더라?

어떤 감촉이 나를 기분 좋게 하더라?


요즘 나는 이런 질문이 좋다.


  




*사진출처: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문희정, 문화다방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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