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와 분리되던 순간을 기억하니? 나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 무척 짜릿했어! 우리는 바로 땅으로 떨어졌지만, 그건 그냥 떨어진 것과는 달라. 날고 싶다는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줘서 고마워!”
모과에게 말을 건 것은 모과의 씨였다.
하지만 절망스러운 모과에게는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모과는 무엇보다 이제부터가 걱정이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배고픔에 난감하다. 가지에 매달려있지 않은 열매의 신세인 것이 위태롭게 여겨지고, 겁이 난다. “나는 이제 어쩌지… ” 모과는 혼자 중얼거렸다.
“뭘 어찌해, 우리 이번엔 다른 시도를 해보자! ”
모과의 씨가 다시 말을 걸었다.
“오 그래요. 다른 시도를 해보는 거예요. 제가 당신을 아껴서 하는 말인데, 이번에는 좀 더 현실적이고 성공할 만한 시도는 어떨까요? 가령 모과차가 되어본다거나.. 새로운 모과나무가 되는 것은 어때요?"
그동안 모과를 지켜보고 있던 개미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개미가 모과를 아낀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었다. 개미는 모과가 꽃이던 시절부터 모과 곁을 오갔고, 꼬마 모과를 귀여워하며 좋아했다.
모과차, 모과나무라…
모과는 개미의 말이 맞다고 여겨졌고, 그 조언에서 애정도 느껴졌다. 그런데 한편에서 느껴지는 이 허전함은 무엇일까. 모과는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