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모과는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터벅터벅. 그 사람은 말하고 있었다.
“엄마, 나 떨어졌어........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또 떨어졌어....
속상해.. 마지막 홀드를 남기고 미끄러지다니 정말 아쉬워..”
“다음에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더 노력하지? 포기해야 할까? … (중략) … 알지.. 믿어줘서 고마워 엄마...."
아이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푹- 쉬었다.
오늘 있었던 스포츠 클라이밍 대표선수 선발전을 아이는 오랫동안 준비했다. 노력을 많이 한 만큼 실망이 크고 아프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도전이었다. '에잇! 왜 하필 거기서 손가락에 힘이 풀린 거야?!' 아이는 속상한 마음을 온발에 담아서 길에 놓인 것을 뻥 찼다.
'어디 두고 봐라. 내가 기필코 해낸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풀 죽어있더니, 아이가 어느새 주먹을 불끈 쥐며 의지를 다지는 모습에서 모과는 자신이 고민하던 것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개미의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못내 허전했던 이유 말이다.
모과는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날고 싶었던 시절, 날기 위해 노력했던 시절, 땅에 떨어져서 좌절하는 자신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그럴 수록 모과는 아까 그 아이의 엄마가 아이에게 해준 말이 궁금해졌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해줬길래 아이가 다시 의지를 다지게 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