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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Sep 03. 2020

힘들지 않은 나만의 리듬이 있다

쫓기면 절대 수영이 늘지 않습니다

수영을 1년 동안 배웠다. 자유형을 배워 배영으로 넘어가더라도 그것이 자유형을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말은 아니다. 대강의 폼만 잡히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뿐이다. 수영선수는 기록 단축을 위해서 매일 훈련을 하지만, 나는 빠른 기록에 목숨 걸지 않는다. 그보다 물을 가르는 부드럽고 유연한 감각의 기쁨이 기록보다 크다. 


사람이 많지 않은 어느 날, 25m 레일 5개가 있는 작은 수영장에 혼자인 적이 있었다. 자유수영이었다. 이른 아침도 아닌,  늦은 저녁도 아닌 어중간한 오후였다.  처음에는 3명 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수영을 마치고 나가더니 어느새 혼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잠시 엄습했다. 하지만 10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조용한 수영장에 나 홀로 있다는 것이 마냥 좋았다.  '여기는 개인 풀장이다'라며  누구도 보지 않는 '나만의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혼자 수영을 하다 보니 이전에 다른 사람들의 수영으로 일렁이던 물결의 저항이 전혀 없다. 부드러웠고, 가벼웠고, 앞으로 훅~~ 나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배영을 몇 바퀴 돌고, 어느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갔다. 10바퀴도 넘게 배영을 돌면서,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이것이 '나만의 리듬'인 것이다.  


나만의 리듬으로 수영을 하면 힘들지 않고, 애쓰지 않아도 앞으로 잘~ 나간다. 아쉽게도 강습 때는 이런 리듬을 찾기 어렵다. 10여 명이 줄을 지어서 강사의 지시대로 영법을 따라 해야 한다. 주로 앞서는 사람들의 속도가 빠른 편이고, 뒤로 서는 사람은 늦다. 그 중간 즈음에 서서 앞사람을 쫓아가고, 뒷사람에게 잡히지 않게 조바심을 낸다. 이런 내 모습을 간파한 수영강사는 한마디 한다. "쫓기면 절대 수영이 늘지 않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리듬을 잃으면 금세 지치고, 급한 마음에 동작도 꼬여 수영이 엉망이 된다는 뜻 이리라.


여러 명이 함께 하는 레일에서 수영을 할 때는 자기 속도로 가긴 하지만 많은 저항을 안아야 한다. 고요한 물이 아닌, 옆에서 출렁이고 앞에서는 발차기로 많은 기포가 앞을 가로막고, 옆 레일에서 접영이라도 하면 강한 물살의 여파로 내 몸도 출렁인다. 영법에 집중하기보다는 중심을 잡고 휩쓸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저 앞으로 가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느끼고, 따져볼 겨를이 없다.




어떻게든 살아간다. 앞서간 사람을 쫓아가고,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쓰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사라진다. 나만의 리듬이란 게 있었는지조차 잊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았고, 그 안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나'를 숨기며 지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나만의 리듬'으로 살 수 있을까!


이제는 잠시 멈춘다. 아무도 없는 수영장처럼, 아무도 쫓아갈 필요 없고,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다. 나 혼자 이렇게 존재한다. 그 안에서 천천히 '나만의 리듬'을 찾는다. 고요함 속에서 머물수록 애쓸 필요가 없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살아가진다. 저항이 없다면 인생은 생각보다 유연할 것이다. 그 순간, '나만의 리듬'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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