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겪어봐야 보인다

by 홍시

사람을 책처럼 멀찍이 바라볼 때는, 표지와 제목만 보인다. 화려한 장식이나 단정한 외피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책장을 직접 넘겨보아야 글자가 드러나듯, 사람 역시 가까이 다가가 함께 시간을 겪어보아야 비로소 속내가 보인다.


'사람을 겪어봐야, 내가 보인다.'
타인의 눈빛과 말, 때로는 서툰 행동에 비친 나의 그림자를 보고서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깨닫는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에 울컥하는 순간, 그동안 외면했던 내 상처가 드러난다. 타인의 말속에 나의 고집이나 두려움이 반사되어, 스스로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사람을 겪어봐야, 그 사람이 보인다.'
겉으로는 웃음이 많은 사람도 속으로는 눈물을 삼키며 하루를 버티고 있을지 모른다. 무뚝뚝한 대답 뒤에 숱한 망설임과 조심스러움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몇 번의 대화와 몇 번의 침묵을 함께 겪고 나서야,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이 서서히 드러난다.


'사람을 겪어봐야, 아픈 마음이 보인다.'
그 아픔은 말로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작은 표정의 흔들림, 예상치 못한 침묵, 순간의 주저함 속에 숨어 있다. 가까이에서 그 무게를 같이 견뎌낼 때, 비로소 보이는 상처가 있다.


'사람을 겪어봐야, 두려움도 보인다.'
강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더 크게 흔들릴까 봐 두려움을 감추곤 한다. 하지만 오래 곁을 지켜보면, 그 두려움조차 삶을 버텨내려는 치열한 노력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늘 서로를 겪으며 산다. 스쳐 지나가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시간을 두고 겪으면 겪을수록 더 깊이 새겨지는 흔적이 있다. 결국 사람을 통해 사람을 배우고, 사람을 통해 나를 배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람을 향해 다가간다. 겪고, 느끼고, 마침내 보게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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