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쏭쏭 Oct 22. 2019

원숭이에게 미안해서 울었어

원숭이 숲의 다낭 인터컨티넨탈에서


우리의 다낭 여행 기간은 총 1주일, 하얏트에서 5일을 보내고 인터콘티넨탈 호텔로 넘어왔다. 어디선가 죽기 전 반드시 가봐야 할 호텔 몇 선 중 하나로 꼽혔다고 하기에 예약을 했는데, 알고 보니 리조트 내에 원숭이들이 자주 출몰한다고 했다(그도 그럴 것이 이 리조트 자체가 몽키레스트 세워졌다). 회사의 팀 동료가 우기에 다낭 인터컨에 왔다가 폭우로 4박 5일을 호텔에 갇혀있었고 심심함이 끝을 찍던 끝에 호텔에서 절대 금지하는 행동이었던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주기 시작했더니 원숭이들이 10마리도 넘게 몰려들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번에 여행을 떠나오기 전 점심시간에 다시 그 얘기를 하며 우리는 원숭이들이 여기가 바나나 맛집이라고 소문났던 거 아니냐며 놀렸다. 그러면서 원숭이를 많이 본다면 아이에게 꽤 재미난 체험이겠네 기대되었다. 여행을 오기 전부터 밤마다 우리 하마에게 그 이야기를 려주었다. 5 하마는 숭이 꿈을 꾸며 다낭 여행을 기다려왔다.



원숭이 형상이 곳곳에 있는 길을 달려 리조트에 도착하니 역시나 호텔 측에서는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주지 말기를 권고했다. 한 번 주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될 정도로 몰려들고 위험할 수 있다고 말이다. 테라스로 통하는 문과 창문은 모두 꼭꼭 잠가놔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였다. 원숭이가 어느 정도로 몰려들기에 그러는 걸까. 자주 오면 "볼거리"가 많아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많이 오면 좋겠다. 재밌겠다. 안 오면 어떡하지? 말풍선이 머리를 매웠다. 직원은 방에서 나가고, 정이 무색하게 10분도 지나지 않아 역시나 원숭이가 우리 테라스로 왔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어머, 진짜 왔네! 디어 우리 방에도 원숭이가 왔다! 하하하! 마야 원숭이 왔다!! 저 봐! 귀엽지! 어차피 을 여는 것도 바나나 주는 것도 하지 않을 참이었다. 그저 이렇게 가까운 데서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니까. 그런데 원숭이가 우리를 보며 운다. 너무 당황스럽게도 참으로 불쌍한 표정으로. 우오오오- 구슬프게 우는 건지 투정인지 모를 소리를 낸다.  


우리 테라스로 찾아온 원숭이


우리 하마가 바나나를 주자며 황급히 가방을 뒤졌다. 몰랐는데, 우리가 하얏트에서 체크아웃하고 있을 때 하마는 원숭이에게 주려고 컨시어지에 있던 바나나 2개를 챙겨 가방에 넣어놨던 것이다. "안돼. 아까 호텔 삼촌이 먹을 거 주거나 테라스 열면 안된다고 했잖아." 웃으며 말해주었다. 짐을 정리하는 동안 원숭이는 5분이 넘게 테라스 창을 사이에 두고 그 앞을 알짱거리고 있었다. 알짱거리는 것뿐만 아니라 너무 불쌍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원숭이 실제 기분은 어땠는지 알 수 없다. 우리의 착각일 수도 있다). 우리 하마는 어쩔 줄 몰라하며 바나나를 주자고 재차 이야기했다. 나는 아까와 같이 설명해주었다. 사실 나는 5분 이상 원숭이 여러 마리를 보다 보니 흥미가 떨어 감흥이 없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으앙!!!!!!!!!!!!" 우리 하마가 목놓아 기 시작했다.



원숭아!!!! 원숭이가 너무 불쌍해!!!!

미안해!!!!! 으앙!!!!!




뭐지? 왜 우는 거지? 바나나를 손에 쥐고 방이 떠나가라 다. 뭐가 미안하지? 사실 처음엔 아이가 원숭아! 하고 바나나를 손에 쥔 채 우는 모습 자체가 시트콤 같아서 웃었다.  원숭이가 불쌍한 표정을 지어도 내게는 그저 '원숭이로구나, 바나나를 주지 말라고 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 '도의 감정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는 지 자기가 바나나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재미없어서 우는 것이 아니었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고 싶어서 배가 고파서 우리에게 왔는데 우리는 바나나가 있는데도 주지 않는 습, 그런 우리에게 구걸하는 (이 또한 원숭이의 실제 마음과 다를 수는 있음) 원숭이 모습 너무 미안하다고 한다. 자신이 바나나를 손에 들고도 주지 않는 모습은 마치, 원숭이를 놀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와중에도 원숭이들이 계속해서 왔다.  원숭이가 이렇게 많?라는 물음에 이 곳이 원래 원숭이들 산 이래.라고 말하자, 이 곳은 원숭이들 집인데 왜 우리는 문을 걸어 잠그고 원숭이들을 내쫓아야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속해서 미안하다고 큰 소리로 울었다. 


 아이의 음은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나는 이 곳에 오면서 원숭이는 오로지  Attraction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우리 하마 그렇지 않았다. 아이가 환경보호동물의 존엄성 같은 것을 염두에 두었을 리 없다. 그저 내가 당연하다고 여긴 일이 아이에겐 당연한 상황이 아닌 이다.  각해보면 굳이 없어도 되는 휴양시설을, 누군가의 터전을 빼앗아가며 을 필요가 없었다. 숭이가 방을 찾아오는 것에 대해, 아 이곳은 원래 원숭이 산이었으니까, 까지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이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맞았다.  우리 하마가 내게 물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렸을 땐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적어도 른이 된 나 원숭이의 오랜 터전이었던 이 곳 몽키 포레스트에 리조트를 짓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베트남 정부 로비했다는 IHG (Intercontinental Hotels Group) 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부분 휴양지는 바다만 끼고 있는 반면 다낭 인터컨티넨탈은 바다를 앞에 두고 거대한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가 다른 휴양지와 달리 몽유도원 같은 느낌이 든다. IHG도 그래서 이 곳이 탐났을 것이다. 나 또한 IHG는 어떻게 이런 보석 같은 곳을 발견했대? 멋진데? 싶었다.  하지만 이의 기준으로 생각해보니 갑자기 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창 밖의 원숭이에게 비로소 미안해졌다.


남편이 하마를 안아 들고 말했다. "원숭이는 직접 먹이를 찾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자꾸 사람들에게 먹이를 받아먹으면 나중에 사람들이 모두 이 곳을 떠났을 때 스스로 먹이를 찾는 법을 까먹고 먹이를 찾지 못해 죽을 수도 있어. 원숭이를 위해서 먹이는 주지 않는 게 좋은 거야."





짧은 시간 해프닝은 금방 끝난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우리 하마는 5살 답게 방에서 벗어났을 때는 원숭이에 대한 생각은 다. 다낭 인터컨티넨탈은 들었던 바와 같이 너무 좋아서 우리도 이 곳에 머무는 중에는 원숭이니, 인간의 오만함이니 등등의 고차원적 생각은 모두 발되었.  보통 여행지의 호텔에 가면 아, 우리 집에 떼어가고 싶다 혹은 다음 인테리어 할 때 반영해야겠다 정도의 생각을 하는데, 이 곳은 너무 고급스럽고 범접할 수 없는 정취가 있어서 천국 체험학습 같은 것을 하고 가는 기분었다.  다낭 인터컨티넨탈은 베트남 물가를 고려했을 때도 그냥 그 가격 자체만 보았을 때도 말도 안 되는 비용을 지불해야  머물 수 있지만, 그 가격이 합당하다고 느껴다. 우리 하마는 레스토랑에서 절경을 보며 버기카를 타고 길을 오가며 바다로 연결되는 케이블카를 타면서 돌고래 소리를 내며 뛰어다녔다. 하지만 그렇게 놀다가도 방에 돌아서는 테라스를 서성이는 원숭이들을 보여지없이 어쩔 줄 몰라하며 울었다. 지막 날엔 숭이가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낭 인터콘티넨탈 선 페닌슐라 리조트 / 파라다이스 메이커라고 불리는 세계적 건축가 빌 벤슬리 (Bill Bensly)의 작품이다 @ 공식홈페이지
다낭 인터콘티넨탈
다낭 인터컨의 유명한 레스토랑- 공중에 떠서 식사하는 기분
다낭인터콘티넨탈도 원숭이와의 상생을 위해 여러모로 애쓰고 있는 것 으로 보인다
버기타를 타고 오가는 길, 곳곳에 원숭이 형상이 있다
욕실에서도 보이는 원숭이




다낭에서 돌아온 뒤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 느낌이 복합적으로 따라다. 즉각적으로 정말 그곳 너무 좋았, 나중에 은퇴 후 그곳에 간다면 정말 성공한 느낌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이의 울음을 떠올리며, 내가 아무리 아이를 이해한다고 해도 아이의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내가 예측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아이의 선으로 보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애써 짐작해다.

 

우리 아이의 동심을 내가 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담을 수 있도록 그릇이 넓어졌으면 한다. 좀 더 나아간 시각으로 세계를 보는 눈을 기르고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이전 16화 달물결 아래에서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여행에는 별빛이 내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