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말라는 건 어디에도 없어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26살 미라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고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미라는 햄버거 가게에서 1년 가까이 일하는 도중, 같은 아르바이트생인 7명의 남자들로부터 사귀자라는 고백을 받았다. 미라는 자신도 취준생 처지였기 때문에 고백을 받은 7명의 남자를 걷어찼다.
그중 정말 찐!! 찐인 놈도 있었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어느 정도 매력 있는 집안의 녀석도 있었지만 알바와 취업준비로 남자를 사귈
여력이 없었다.
거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진짜 문제는 차인 남자들의 행보였다.
미라에게 차인 남자들은 하나같이 한 달 안에 햄버거 가게를 그만두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원하는 회사로 쑥쑥 입사를 하며....
뭐, 그 정도야 그럴 수 있었다.
문제는 내로라하는 K그룹에 입사한 민식이가 올린 sns였다.
<<진짜였다! 그녀와 관련된 루머는....
나도 그녀에게 고백했고 차였다.
그리고 원서 7번을 넣어도 서류면접에서 탈락되었던 k그룹에 당당히 합격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진짜라니?
**햄버거 가게 ML 씨! 진짜 감쏴!!!
내 고백을 거절해 줘서, 감쏴!
첫 월급 타면 꼭 밥 살게요~>>
그리고 미라와 함께 일했던 햄버거 가게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이 글은 근처 취준생 남자들에게 널리 널리 퍼졌다.
미라에게 고백하기 위해, 또 차이기 위해.
심지어 <취업 고백녀>라는 태그와 함께
미라의 희미한 얼굴도 돌아다녔다.
최저 시급인 햄버거 가게 알바 모집 경쟁률은 79:1까지 올라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미라에게 고백한 뒤 차이면 원하는 곳에 취업한다는 소문은 50대 아줌마들에게도 이슈가 되었다.
자기 아들이 고백을 하면 차주면 안 되겠냐고....,
느닷없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이들은 주로 손님을 가장해 미라의 외모와 행동을 살피다가 미라가 퇴근하는 시간을 기다려
불현듯 다가왔기 때문에,
미라는 퇴근조차도 불안했다.
미라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으로 인해 손님이 더 많아졌다.
" 미라씨 덕에 우리 햄버거 가게가 유명해졌어!"
점장은 싱글벙글 웃었지만 미라는 속이 탔다. 고백한 놈들의 취업이 아니라 미라 자신의 취업이 더 급했다.
미라는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햄버거 가게를 그만두어야 할까?
왜 나는 취업이 안 되는 걸까?
그리고 미라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
79: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은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20살의 여드름 투성이었다.
그 녀석이 처음 출근한 날,
미라는 녀석의 퇴근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그 녀석의 뒤를 따라가 미라는 다짜고짜 말했다.
" 야, "
그 녀석이 돌아보았다.
"너.., 나랑, 사귀자!"
여드름 투성이의 눈이 휘 동그레 졌다.
순간, 어디선가 억센 손이 날아와 미라의 머리채를 잡았다.
아... 뿔... 싸!!!
아, 개떡 같은 일이!!
여드름투성이의 여자 친구였다.
하필, 여자 친구 있는 놈이라니...
그러나 고마운 일이었다.
머리채는 잡혔지만 차일 확률 100%였으니.
기집애가 얼마나 힘이 센지 개털 될 뻔했다.
미라는 살면서 누구에게 먼저 고백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늘 서성거리다 기회를 놓치거나 고백해주기를 바랐다. 그것이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수동적인 미라였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먼저 고백해서
차여 보자!!
그럼 취업운이 내게로 오지 않겠어??
밑져봐야 본전이니까.>
내일모레 S기업 1차 발표일이다.
아무튼 고백 한번 하고 나니
훨씬 자신감이 생겼다.
여태껏 사랑도 도전도 너무 수동적이었음을.
머리채는 잡혔지만 미라는
기분이 아주 좋았고, 편한 잠을 잤다.
참으로 오랜만에 깊은 숙면이었다.
#취업의 낙타구멍은 모두에게 똑같아보이지만 철자 사이에서 교묘하게 나눠져있다.
M과 F의 사이. 그러나 절망하지 않는다.
나는 어떡하든 그 사이를 뚫고 갈거니까.
여섯살 어린 놈에게 고백하는 용기로 라도.
그래도 두 알파벳의 간극은 너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