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반응을 즐긴다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하고 연습해야 1도씩 즐거워진다

by 양아치우먼



1. 브런치의 라이킷과 댓글은 반응의 결과물

제사 있는 큰집과 인연을 끊자 명절이 평화로워졌다는 자극에 대해 수많은 반응이 달렸다.

부정적인 댓글에 상처 받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부했지만 의외로 의기소침해지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우리에게 제사라는 핫이슈, 뜨거운 감자가 남아 있구나. 뜨거운 감자에 대해 각자의 위치와 경험에서 반응하고 있구나.

"부정적인 댓글이라도 댓글 자체가 관심이니까, 즐겨요, 어머니"

한데렐라(큰 딸)가 10만이 훌쩍 넘는 내 글의 조회수를 보며 쿨하게 반응하라고 조언해 준다. 그래, 그런 댓글도 관심이겠지, 쿨하게 반응하는 것도 연습이어야 하니까. 조회수가 올라갈 때마다 엉덩이 흔들며 아이처럼 꺄약 고함지르며 즐기고 있는 중이다.



2. 엉뚱한 반응은 뻔한 결과를 뒤집는다

취약계층에 있는 스무 살가량의 청년을 상담하는 일이 종종 있다. 약속한 상담시간보다 20여분 정도를 늦게 온 아이였다. 머리를 긁적이며 밤새도록 게임을 하다 잠드는 바람에 늦게 왔다고 했다.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이었다. 이때 내가 한 말은,

"대단하구나! 밤새도록 게임을 하고 이 시간에 상담을 오다니?"

아이가 내 칭찬에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런가요?"

"그럼, 대부분 밤늦도록 게임을 한 아이들은 나랑 약속을 어기고 오후까지 자버리거든. 근데 너는 약속에 나왔잖아."

아이와의 상담은 성공적이었다. 왜냐하면 아이는 자신이 예상했던 반응과 다른 엉뚱한 반응에 자극받았고, 기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아이는 솔직하게 상담을 이어갔고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상담이론 중 자극(stimulus)-반응(response) 이론이 있다. 자극에 대해 반응하고 그 자극과 반응의 결합이 더욱 강화됨으로써 이루어지는 학습 이론이다.

자극이 어떤 자극이냐에 따라 여러 가지 이론으로 나누어지지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파블로의 무조건적 자극이다.

개에게 고기를 주면 개가 침을 흘린다.

다음은 고기를 보여주기만 해도 개는 침을 흘린다.

다음은 고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종을 울리면 개가 침을 흘린다.

그다음은 고기를 보여주지 않고 종소리만 울려도 개는 침을 흘린다.

다른 자극에 대해 동일한 반응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쉽게 설명했다. 이를 무조건적인 자극이라 부른다.



3. 코코샤넬은 엉뚱한 반응의 결과물

가브리엘 샤넬코코라는 무대에서 노래 춤 연기를 하던 배우였으나 재능이 모자라 에티엔 발상의 정부가 된다. 정부들끼리 흥청망청 여는 사교모임에서 샤넬은 코코로 불리었으나 정부들의 모임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샤넬은 널브러져 있는 연인 발상의 옷을 입게 되는데 너무나 편안한 남자 옷의 착용감에 코코 샤넬은 자극받게 된다. 그때 당시만 해도 여성들은 몸을 꽉 조이는 코르셋과 거추장스러운 드레스를 입는 것이 전부였다.


옷뿐 아니라 샤넬은 머리에 남성용 해트(주로 배를 탈 때 쓰던 작은 밀짚모자)를 썼는데 여성들이 요란하게 머리에 얹었던 장신구를 하지 않으니 코코 샤넬은 너무 편했다. 편안함이란 자극이 샤넬로 하여금 말을 타게 했고 그녀의 중성적인 복장은 여자들의 시선과 인기를 끌게 됐다. 여성들은 코코샤넬의 옷을 보고 만들어 달라고 밀려왔고 남자들조차 샤넬의 중성적인 이미지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샤넬의 두 번째 연인 아서 케이블은 샤넬이 파리에서 매장을 열도록 도와주었고 여기서도 코코 샤넬은 케이블의 스웨터 앞을 가르고 단추를 달아 지금의 카디건을 유행시켰다. 이것이 코코샤넬의 반응의 결과다.

샤넬의 편하고 중성적인 옷에 이어 수영복까지 히트를 치면서 오늘날 샤넬이라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나머지 슬럼프와 향수와 재기는 생략)


미국 대부분의 패션업계는 자신들의 브랜드 모사품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했으나 샤넬은 오히려 디자인을 공유해 모사품을 만들도록 허용했다. 자신의 디자인이 전 세계 여성들의 욕망을 자극해 자신의 명성이 유명해지는 것을 즐기려 했기 때문이다.

샤넬은 요즘 말로 하면 일종의 관종이었던 셈이다.

자신의 영향력이 모든 여성들에게 미치는 것, 코코샤넬은 그것을 즐긴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코샤넬은 명품에 무지한 나 같은 사람에게도 거대한 존재감을 갖고 있으니 샤넬의 엉뚱한 반응은 대단히성공한 셈이다.


엉뚱하게 반응하기를 연습하다 보면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쾌한 삶으로 1도씩은 가까워질 수 있다. 아내의 잔소리에 흠, 내가 소크라테스가 된 기분이군. 그럼 나도 철학자가 되어야겠군. 그리고 책을 읽는 것.

엉뚱하게 반응하기, 제일 좋은 방법을 추천한다면 만화 짱구를 자주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본 만화이나 짱구는 엉뚱한 반응의 대가다.



4. 엉뚱한 반응 포인트는 지천에 늘려 있다.

내게는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남자 친구가 있다. 이 녀석은 나하고만 만나기를 좋아한다. 친구는 매번 새로운 사업에 대해 프로젝트를 만들면 나랑 이야기를 즐겨 하는데 내가 보기에 진짜 신선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허무맹랑하다고 나무라지만 나는 엉뚱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야, 그거 대박이다! 나도 좀 끼워주라"

친구는 신이 나서 벌써 한 100억은 호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처럼 우주의 온갖 허세를 다 뜬다. 그리고 기어이 힘을 얻어 돌아간다. 밥값 술값은 당연히 친구가 낸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내 엉뚱한 반응이 그 친구한테는 분명 힘이 될 것이다. 성공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친구가 살아 꿈틀거린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생명력 넘치는 놈이다.

엉뚱한 반응의 거리들은 늘 가까이 있다. 누구에게든 평소와 다른 반응을 한번 시도해보시라. 지갑을 열지 않았던 분은 지갑을 열어보시고 농담하나 하지 않았던 사람은 입을 열어보시고... 그럼 삶의 결이 1도씩 달라져 푸름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반응한 것을 통해 다음 반응을 선택한다. 아무것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다음 반응도 반응하지 않는다>

- 양아치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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