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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Aug 05. 2020

의사를 슬프게 한 문자 한 통

의대 정원 증원과  미용성형을 가르쳐준다는 대한외과의사회

 오늘 외과의사회에서 추계연수강좌 문자가 왔네요. 전 외과의사도 아닌데 말입니다. 

나를 슬프게 한 문자

 이게 우리나라 외과의사가 맞이한 현실입니다. 외과의사들이 수술을 하고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 먹고 살 수 없자, 외과의사회에서 미용성형, 보톡스, 리프팅으로는 모자라서 관절 통증 치료를 가르쳐줍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54850.html

 사람을 살리기 위해 젊음을 바친 외과의사들이 먹고 살려고 미용성형, 보톡스, 리프팅에 관절 통증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에서 정부는 의대 증원 4천 명을 증원한다고 합니다. 그 중 3000명은 지방에서 중증 필수의료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시킨다고 합니다. 또 한 번 실소를 터뜨리게 합니다. 


https://brunch.co.kr/@sssfriend/171

지난 글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이,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증 필수의료분야의 핵심인 일반외과(이국종 교수님도 일반외과입니다) 전문의들은 일자리가 없어 먹고 살자고 미용성형을 배우는데 국가에서는 자꾸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아닙니다. 저수가로 수술하면 적자인 상황에서 병원은 적자를 줄이고자 일반외과, 흉부외과 의사를 뽑지 않습니다. 그 결과 기껏 10년 넘게 공부하고 수련 받고 나온 일반외과와 흉부외과 의사 선생님들이 일 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교수 자리를 주겠다는 희망고문에 전임의를 몇 년씩하고, 심지어는 무급으로 일하시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피부, 미용, 성형 시장에 뛰어듭니다.  


 거기다 정부는 500명의 감염 전문가 집단을 추가로 뽑는다고 합니다. 감염 전문가는 사실 이익을 창출하거나 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국가가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일자리는 교수 아니면 질병관리본부, 보건소 등이 전부입니다. 

 https://brunch.co.kr/@sssfriend/155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참조

 질병관리본부에서조차 계약직 2년으로 뽑는데, 500명은 과연 어디서 일을 하게 될까요? 정치인들의 표를 위해 보건소에서 500원짜리 진료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의사가 실수를 하여, 한 사람이 죽으면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잘못된 정책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면 아무런 이야기가 없습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거기다 지방에서 의무로 10년간 근무하게 한다고요?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422&aid=0000387732&sid1=001

 안타깝지만 작년에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 법원에서 무효라고 판결 내린 적이 있습니다. 즉 아예 처음부터 불가능한 정책입니다. 

 국민 세금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면서 일하는 정치인, 고위관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되묻고 싶습니다. 관계부처에 협력을 요청했는지, 전문가 집단에게 정책에 대해서 자문을 구하기는 했는지, 일개 의사인 저도 아는데, 이상하게 그 높은 분들만 모른다는 게 어이가 없습니다. 이런 걸 탁상행정이라고 하는 건가요? 



 아휴, 이런 글 좀 안 써야 하는데도 너무 어이가 없어 화가 납니다. 죄송합니다. 다음엔 좀 더 웃기고 개인적인 이야기인 <의대만 가면 고생 끝인 줄 알았다>로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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