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 진짜 이야기’ 31
내일 소개할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소원>입니다.
이 영화는 2008년에 8세 여아를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바로 내일이 조두순이 출소하는 날인데요. 조두순은 사건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심신미약이 참작돼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근데 사건에 관한 국민적인 분노와 심각성에 비춰볼 때, 형량이 다소 낮다는 여론이 당시에 거세게 일었고요. 최근에는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그걸 막아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니까 국민들 사이에서는 조두순이 출소를 해서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조두순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죠. 지난 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 그러니까 ‘조두순 방지법’을 의결했는데요. 조두순의 출소 소식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제2의 조두순을 방지하자는 일환으로 보입니다. 개정안 내용을 아주 간략히 말씀드리면,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거주지 범위를 공개하게 되어 있어요. 이제 그 범위를 기존 ‘읍·면·동’에서 ‘도로명 및 건물번호’로 확대하고, 접근금지 범위에 유치원을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해요. 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성폭행 피해자 아동인 ‘소원’의 아빠 ‘동훈’ 역할을 설경구씨가 맡았는데요. 소원이가 성폭행을 당한 뒤에 ‘성인 남성’을 보면 기겁을 하고, 아빠조차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훈은 딸에게 다가가기 위해 소원이 평소에 좋아했던 ‘코코몽’이라는 만화 캐릭터의 탈을 쓰고 접근합니다. 그러니까 딸과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는 거예요. 근데 나중에 소원이가 코코몽이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겁내 하지 않고, 동훈에게 다가가서 손수 코코몽의 탈을 벗기고 땀을 닦아주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아빠가 자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소원이가 인정하고 마음으로 교감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원>이라는 영화는 피해자의 회복과 치유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아동성범죄에 대한 불합리한 수사와 판결 그리고 그것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판결에 관한 부분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데요. 실제 사건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피의자가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참작해서 감형합니다. 그때 동훈의 친구가 “술 먹었다고 봐주는 게 어디 있냐? 그럼 술 먹고 운전하는 것도 봐줘야지. 술 먹고 운전하는 건 잘못이고, 술 먹고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봐준다고?”라는 취지의 대사를 합니다. 이 대사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그는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아니라 그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법’에 화를 내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 영화는 “무엇이 정당한 형벌인가?”라는 점을 숙고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소원>에 관한 제 해설이 조금 더 궁금하시면,
12월 13일(일) 오후 6시 18분, TBN(강원) <달리는 라디오> - ‘어떤 영화, 진짜 이야기’(FM105.9)를 들어주세요.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TBN 교통방송’ 앱을 다운로드하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