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作家) 혹은 지은이는 예술과 취미의 분야에서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때 작품이 반드시 문학 작품일 필요는 없으며, 문학 작품인 경우에는 저술가라고 불리지만, 일반적으로 작가라고도 하는 경우가 많다. - 위키백과 출처-
그렇다. 나는 작가다. 작년 가을부터 브런치에 나의 글을 올려 내 글을 감사하게 읽어 주시는 분도 있는 병아리 작가다. 아직은 내 글이 좀 쑥스럽고 오글거려 가족이나 지인에게 차마 말도 못 하는 소심한 작가다.
나는 여러 분야의 글을 읽어야 하고 글로 옮겨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브런치에 있는 글도 자주 찾아 읽게 되었다. 이동하면서 또는 잠깐 쉬면서 틈틈이 읽을 수 있는 브런치의 여러 글들이 좋았고, 어렵지도 않고 공감 가는 글이라 마음이 갔다. 그러다 문득문득 나도 한번 써볼까 욕심도 냈지만 이내 포기했다. 내가 작가가 되기를 주저했던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나는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각종 독후감 대회에 나갔고, 한 달에 한 번씩 아침 조회에 앞으로 불려 나가 대회에 나가 받은 상을 교장선생님께 받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부러워하고, 선생님들도 모두 칭찬해주시고 하니 재미있고 좋았다. 그런데 내게 더 많은 상을 받을 기회를 주고 싶으셨던 열혈 선생님은 전국에 무슨 독후감 대회가 그리도 많은지 매주 나에게 독후감을 써 오게 하셨다. 그리고는 내 글이 더 좋은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몇 번을 수정해서 다시 써오라고 하셨는데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좋았던 어린 초등학생은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또 수정하는 매번 반복되는 과정에 이내 흥미를 잃고 말았다. 이미 기대치가 높아진 엄마와 선생님은 계속 나에게 더 훌륭한(?) 글을 기대하셨지만 난 초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중학생이 되었으니 공부만 하고 싶다는 되지도 않는 핑계로 집에 있던 모든 원고지를 버렸다.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심하게 악필이다. 아직까지도 나는 '작가'라 하면 뿔테 안경을 쓰고 두터운 원고지에 글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가끔은 원고지를 찢어 구기기도 하는 창작의 고통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떠 올린다. 그런데 난 학창 시절엔 시력이 꽤 나빴지만, 대한민국 의학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지금은 좌, 우 1.2, 1.5의 시력을 자랑하는 수혜자가 되어 있으며, 악필이다. 학생들이 대놓고 심지어 남학생들마저도 내 글씨체를 비난했고, 가끔은 내가 쓴 글씨를 내가 못 읽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난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하여 작업을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난걸 너무나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1인이다.
이런 이유로 난 글 쓰는 것을 그만두었고 작가는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먼 세상 직업군이 되었다. 무엇보다 난 변화를 싫어하고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니 더욱 그러했다.
나에게는 이젠 8살 초등학생이 된 말 정말 안 듣고 자기주장 강한 짱구가 있다. 짱구의 첫 사회생활은 5살이 되던 해에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말인즉슨,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라디오를 켜고, 커피를 끓이고, 컴퓨터를 켠다.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가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며 작업하는 것이기도 한 나는 그 순간이 세상 행복하다. 귓가에 잔잔하게 들려오는 노래가 좋고, 커피 향이 좋다. 그러다 가끔은 하던 작업도 멈추고 라디오 속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내가 엄마인지라 엄마들의 힘겨운 이야기에, 어린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그러다 문득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에이! 귀찮아!...
그러다 짱구 인생에 기록할 만한 일이 생겼다. 5살 여름 짱구의 유치원 친구 엄마에게서 주말에 같이 만나서 놀자며 톡이 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 자리가 짱구의 첫 상견례 자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 친구가 짱구가 좋다며 결혼하고 싶다는 거다. 그 전까지만 해도 짱구는 다른 여자아이를 좋아했었건만 지조 없이 좋다고 그 자리에서 손잡는 것도 모자라 살포시 안아주는 세리머니를 연출한다. 그때 처음 느낀 배신감이란 5년 동안 열심히 키워놨더니 벌써 저 좋다는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해! 하지만 그 하늘이 무너짐도이골이 났다고나 할까? 짱구는 매 해 3월 새로운 반이 되고, 5월쯤이면 매번 다른 여자아이와 결혼을 했다. 그래서 이젠 가끔 신부가 잘 있는지 바람은 안 피우는지 안부를 묻는, 짱구의 선택을 신뢰하지 않고 가끔 놀림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짱구와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록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덧 브런치에 문을 두드리는 용기로 발전하게 되었다.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답을 기다릴 때까지의 설렘은 취업 이후로는 정말 오래간만에 느낀 감정이었다. 솔직히 자신은 있었다. 여러 브런치 작가분들의 글을 읽어왔고, 쌓여있는 상들이 말해주는 소싯적 검증된 글쓰기 실력이며, 틈틈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소개도 되고 상품도 받고, 라디오 방송에 가본 적도 있는 경험에서 오는 호기로움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막상 오래간만에 하는 난데없는 도전에 나 자신도 놀랍고, 안되면 말지 하면서도 계속 메일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받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린다는 메일을!
브런치 작가가 되어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것은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요, 출판도 아니요, 강연도 아니다. 언젠가 우연히 대형서점에 브런치 작가 소개하는 이벤트를 보게 되었고, 정말 멋져 보였다. 내게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땐 꼭 도전해 보고 싶다. 그땐 짱구 손 잡고 내 얼굴이 멋지게 걸려있는 대형서점에 가서 엄마가 이런 사람이야! 라며 서프라이즈로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 분명 짱구는 엄지를 들어 신뢰와 존경의 눈으로 엄마 최고를 외칠 게다. 그것으로 족한다.
라이킷 알람이 울릴 때도, 누군가 새롭게 구독했다는 알람이 울릴 때도 '그래! 아직 죽지 않았어!' 하며 세상 뿌듯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행복하고 처음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먹었던 건 '인물들을 바라보시는 시선이 참 따뜻하고 좋은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라는 댓글이었다. 나는 그냥 내 이야기를 편안하게 쓰려고 시작한 것인데 그 댓글 하나로 앞으로 내 글의 방향이 잡혔다고나 할까? 너무 감사하고 가슴 뭉클하여 할 수만 있다면 따로 연락해서 감사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다짐한다.
그래! 난 마음 따뜻하고 편안하게 공감할 수 있는, 잠시 기분 좋게 쉬어갈 수 있는 그런 글을 쓰자! 그런 작가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