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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소미 Aug 17. 2024

검사가 또 남았다고?

너는 또 어디서 나왔니

다시 시작된 입원생활

5월 말 저는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입원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한 번 왔던 곳이라고 처음보다는 익숙한 기분이에요.


일단 이 병원에서는 아무래도 통증으로 인한 입원이라 그런지 PCA(자가 통증 조절기)를 매일 맞아요.

퇴원할 때 보니 26통이나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통증아 나대지 말아 줘!



보통 외래 진료는 4주에 한 번씩 방문하여 목과 허리에 주사 치료를 하고 왔어요.

하지만 입원 기간 동안에는 주 2회 정도씩 주사치료를 받았어요.

신경 주사는 아무리 맞아도 절대 적응이 안 될 것처럼 아파요.

아픔을 참고 맞는 주사인데 효과가 점점 길어지겠지? 하는 또 다른 희망을 가지며 맞고 있어요.

그리고 리도카인 수액치료도 받아보았어요.

이 치료를 할 때는 모니터링 기계와 코에 산소기를 낀 상태로 진행을 해요.

이 주사 치료를 하고 나면 잠이 엄청 쏟아져서 하루 종일 축축 쳐져 있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주사 치료와 리도카인 치료 후 다음 날이 되니 몸이 좀 덜 아픈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엇 이건가!? 이렇게 맞으면 효과가 있는 건가 하며 희망에 부풀었어요.

하지만 그 또한 얼마 가지 못하더라고요... 괜히 너무 아쉬운 기분까지 들던 날이었어요.
재활의학과와 협진하여 재활치료까지 열심히 받으며 통증 조절에 모든 힘을 쏟았어요.


인터넷 검색 금지

입원생활 중 한 날은 교수님께서 오늘 래에서 보자고 하셨어요.

무슨 일이시지? 나 또 어디가 아픈가? 괜한 걱정들이 또 스쳐지나가더라고요.


교수님께서는 지금까지의 저의 증상들을 보고 '파브리 병'이 의심된다고 하셨어요.

난생처음 듣는 병 이름이었어요. 세상에 무슨 병이 이렇게 많은 거죠...?

이것도 희귀 질환이라고 하셨어요. 혹시 모르니 우선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죠...



검사는 며칠 뒤에 진행이 되었고 피을 뽑은 후 외부업체에 맡겨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파브리병이라...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괜히 더 무서웠고 나는 아닌 것 같은데 하다가도 증상이 또 비슷하네 싶으면서 오락가락했어요.

이래서 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인터넷 검색을 금지해야 해요. 사람 심리라는 게 더 무서워지거든요.

빨리 2~3주가 지나서 어떤 결과든 듣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검사를 또 시작해 보자

어쩌다 보니 이번 입원 기간 동안에는 여러 검사를 하게 되었어요.


마티스 내과와 협진하여 피검사를 통해 류마티스 검사를 진행하였고, 내분비내과와 협진하여 부신 검사를 진행하였어요.

또한 갑상선 기능 검사도 진행하였는데 전부 피로 검사하더라고요. 피를 정말 많이 뽑았어요.

여기에 쇼그렌 증후군 검사까지 진행하였답니다.

검사 종류도 참 많고 병 이름도 정말 다양하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에요.

그래도 검사한 모든 것에 정상이 나왔어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박 수아를 찾아라

요즘 계속 무릎이 잠기는 느낌이 들고 특히 오른쪽 다리가 앉았다 일어날 때나 버스 계단 오를 때 무릎이 안 움직여서 당황스러울 때가 잦아졌었어요.
이참에 이것도 해결하기 위해 회진 때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정형외과 협진으로 X-Ray 촬영부터 진행하였어요.


X-ray 결과를 전하러 정형외과 선생님께서 병동에 오셨는데 저는 한참 빨래방에서 빨래를 찾느라 바빴어요.

그 순간 갑자기 방송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환자 박 수아님은 병실로 와달라는 방송이 나왔어요.
휴대폰을 확인하니 병실에서 온 부재중이 전화가 와있더라고요.

영문을 모른 채 놀래서 바로 전화했더니 정형외과 선생님이 기다리신다고 하셔서 바로 병동으로 향했다는 웃픈 일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신경통증클리닉에서 오늘 꼭 설명해 주라고 하셨다네요.

정형외과 선생님께서는 무릎을 만져보시더니 X-Ray상에서 뼈 조각이 보인다고 하셨어요.
응급 수술이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계속 지금처럼 불편하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며...
저는 해맑게 "그냥 뼛조각 슉 빼면 되나요?"라고 물었지만 역시나 그럴 리가 없지...
인대 재건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거 이미 내 양쪽 발목 한 건데...
발목 무릎 다 난리가 났네요.
근데 당장 통증 조절도 안되고 수술을 지금 하는 게 맞는 건지 그냥 둘지 좀 더 생각해 보시기로 하셨어요.
그리고 CT를 오늘 찍고 MRI까지 찍으라고 하면 곧 수술 날짜 잡는다라고 생각하면 되고 MRI 얘기가 없으면 괜찮은 거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다행히 MRI는 찍지 않았고 3주 뒤 외래를 잡아주셨어요.
수술이 불필요한가 보다...! 이젠 이게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조차 헷갈릴 지경이에요.
사실 이번 입원생활 동안 검사도 많이 해보고 했지만 뾰족하게 뭔가 나온 것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도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섬유근육통... 쉽게 볼게 아니에요. 갈수록 통증 양상도 달라지고 레벨도 높아지고 아주 제멋대로 굴거든요.
지금 같은 장마철에는 정말 말도 못 해요... 평소보다 더 쳐지고 힘들거든요.

장마철을 그 어느 때보다 싫어지는 나날이에요.


이번 입원 동안 약을 조금이라도 줄이거나 늘리거나 약물 치료에 대해서도 생각했지만 교수님께서 그거는 외래에서도 할 수 있다고, 초기에는 공격적으로 약을 바꾸고 조절을 하지만 지금은 초기가 아니기에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외래에서 약 부작용 났을 때는 어떡하냐고 하니 이 정도 됐으면 자가 조절이 되기 때문에 추가한 약을 빼고 먹고 하면서 조절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바로 수긍이 되었어요.

최대한 약은 안 늘리고 유지하다가 줄이는 게 최고인데 쉽지가 않네요.


그렇게 여차저차 어언 한 달이 지나고 퇴원을 했어요.
이제 다시 PT 열심히 받으면서 떨어진 컨디션도 좀 올리고 12월 화이다 우정 바프를 위해 다이어트도 성공해 낼 거예요.
이제 다시 외래 열심히 다니면서 약 잘 챙겨 먹고 운동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알바 자리도 찾아봐야지! 아프다고 게을리 살지 않고 부지런히 잘 살도록 노력하며 살아갈 거예요.

발전하는 삶을 살아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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