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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숙 Sep 10. 2020

2020. 09. 10 맑음

버티면,

2016년 봄, 아부다비로 해외파견근무를 나간 남편이 지난 4월에 돌아왔다. 꼭 4년 만이었다. 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배 속의 아이들은 올해 5살이 되었다. 남편의 자가격리 2주 동안 우리 셋은 친정으로, 시댁으로 옮겨 다니며 떠돌이 신세가 됐다. 삼시 세 끼를 엄마랑 어머님이 얼마나 잘 챙겨주셨는지 떠돌이 주제에 살까지 포동포동 올랐다. 그렇게 세상 편했던 떠돌이였지만 2주 만에 돌아온 집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역시 우리 집이 최고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남편의 출퇴근 전쟁이 시작됐다. 부천 집에서 강동구에 있는 회사까지 출퇴근을 하는 남편은 통근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출근 버스를 타려면 5시에 일어나야 했고, 퇴근길은 항상 막혀서 2시간 반이 기본이었다. 게다가 야근도 저녁 모임도 부담스러워졌던 건, 첫 달 택시비가 40만 원 가까이 나온 뒤였다. 남편은  달도 채 안돼서 포기를 선언했다.

"이사 가자."

하지만 아직 전세기간이 한참 남았다. 게다가 코로나19로 6월에 개학한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이제 막 적응 중이었다. 그래도 언젠가 가야 한다면 빨리 가는 편이 남편을 덜 지치게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 가자. 내가 잠시 망설이던 동안 6.17 부동산 대책이 터졌다. 집값은 물론 전셋값도 폭등했다. 1~2주 만에 집값이 2억이 넘게 오르는 걸 직접 목격했고, 그 매물조차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지금 집은 지은 지 8년이 안 된 그나마 새 아파트로 33평에 3억 3천 전세로 살고 있다. 그것도 대출이 껴있다. 근데 서울 강동구에 있는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는 25평에 전세가 7억이 훌쩍 넘었다. 속된 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은다 쳐도 그 대출이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조금 더 지켜보자."

남편은 한 발짝 물러섰지만 점점 피곤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나마 그 피곤을 덜어내 주는 건, 퇴근 후 아빠를 반기는 아이들과 매주 잊지 않고 사는 로또가 전부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버티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오긴 할까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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