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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퍼 Apr 26. 2023

사주에서 공부운이 있다고 했는데요

입사를 할 것인가, 공부를 할 것인가

작년, 그러니까 2022년 연초에 갑자기 사주가 궁금해져서 이태원에 다녀왔다. 

커플사주가 주목적이었지만, 사실 나는 내 인생이 더 궁금했던 것 같다. (아니 그러면 혼자 보러 가면 될 일이었잖아...?) 아무튼, 나한테 2022년과 2023년에 공부운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자격증 공부를 하든가, 어떤 공부라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사주를 염두에 두고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퇴사를 계획하면서 회계 자격증을 취득해서 업무지원, 운영관리 쪽으로 가늘고 긴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었는데, 누차 얘기하지만 불안은 힘이 세다. 그래서 승인을 기다리며 괜찮을 것 같은 기업에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마지막 근무일에도 면접을 봤고, 그 후에도 주마다 한 번씩은 면접을 봤다. 마치 내게 큰 비밀이 있는 것처럼 '안되면 학원으로 가면 되니까'의 마음은 내 자신감이 되어준 것 같다. 두 회사에 면접을 봤는데 둘 다 합격한 걸 보면. 근데 왜 다른 기업으로 가려고 해도 연봉은 짜게 식는 건지 모르겠지만. 


첫 번째 합격통보를 받은 회사는 내 발로 그만두고 나온 회사보다도 급여가 작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갈 이유가 없었다. 두 번째 합격통보를 받은 회사는 면접을 세 번이나 봤다. 처음 지원한 직무가 아닌, 다른 직무로 합격하긴 했지만. 30분 면접 보려고 편도 50분을 왔다 갔다 하며 '그냥 쉬면 안 될까?' 생각했지만, 놀면 뭐 하나, 한 푼이라도 벌어야지. 


그 회사는 갈지 말지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갈팡질팡 하는 마음에는 '나 올해까지 공부운 있댔는데...'였던 것 같기도 한데, 또 한 편으로는 회계 자격증은 내년에 준비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고 보니, 사실 내게 1순위는 회계 자격증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내가 애초에 계획한 연봉이 아니어도, 업무 강도가 센 편이라고 면접 때마다 말하는 회사에 합류해야겠다고 결정한 걸 보면.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르다. 

누군가는 연봉이, 누군가는 복지가, 누군가는 워라밸이 우선순위겠지.

전부 다 가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실 그건 아직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자꾸 남들과 비교하고 스스로 불행해지는 습성을 가진 나로서는, 자꾸 연봉이 마음에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번 선택을 통해 또 깨달았다. 그렇다고 복지나 워라밸도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내게 1순위는 무엇일까. 아직 그 회사를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일의 재미 라든가, 동료와의 케미 라든가, 성장에 대한 욕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생각은 일해보고 다시 차분히 생각해 봐야겠지만. 


어쨌든, 놀면 뭐 하나, 경험해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합류를 결정한 회사가, 야근이 많고 업무 강도가 세도 즐거웠으면 좋겠다.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으면 좋겠고, 선 긋는 사람인 내가 선을 허물고 동료들과 지내는 법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마음 맞는 동료가 차곡차곡 쌓이면 좋겠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한 것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연봉이 작다면 다른 방법으로 연봉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고민해야겠다'였는데, 이것이 수익의 파이프라인이겠지. 나는 요령이 없어서 꾸준히 하는 수 밖에는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모르지. 내가 이렇게 주절주절 남겨두는 글이 나를 인세 받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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