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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퍼 Apr 28. 2023

잘 쉬는 것도 연습이야

지나온 수많은 점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연습'이라던가 '훈련'이라던가 하는 단어는 마음 한편에 불편함을 일으킬 때가 있다.

무언가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 같은 기분 때문인데, 나는 그런 단어들을 주로 회사에서 들을 때가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회사를 다니면, 현상유지하기도 버거울 때가 참 많은데, 그럴 때마다 상사들은 어떻게 그렇게 타이밍을 귀신 같이 아는지 새로운 큰 일을 주며 '이거 다 너를 훈련시키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 워딩이 내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어진다는 게 퍽 어이없지만, 뭐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나는 계약직으로 일해야 할 때가 많았다. 아무래도 나는 '재미'를 가장 큰 요소로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정규직에 그렇게 미련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래서 더 내게 "훈련이야" "연습이야" "성장하는 기회를 주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들어야 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계약직의 장점은 내 발로 퇴사를 결심하지 않아도 정해진 기한이 있고, 그 기한이 지나고 다른 기한을 맞이하기 전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나는 그 사이에 처음으로 혼자 유럽여행도 다녀왔고, 제주도 살이도 해보고, 영상디자인을 배워보기도 했다. 사실 삶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 중 못해본 것이라곤 워킹홀리데이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해보고 싶은 즐거운 일들을 그 시간 동안 잘 경험했다.


그래서, 잘 쉬는 것도 연습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연습과 훈련, 단어의 불편함에 대해 적어놓고 왜 잘 쉬는 건 연습이라고 하냐고? 이건 진짜 연습해야 할 수 있는 거라 그렇다.


한 직장에서 쭉 일하거나, 공백기 없이 일한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역시나 불안은 힘이 세기 때문인데, 쉬어보지 않았으니 쉬는 법을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퍽 잘 쉰 인생이냐? 솔직히 말하자면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쉬는 공백의 시간을 마냥 불안해하지 않는 근육을 연습들을 통해 얻었다. 그래서 쉼이 생기면 자연스레 그다음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 쉬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서 어떤 결과를 도출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된다. 불안해하지 않을 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요즘은 '내가 지나온 지점들을 어떻게 선으로 이을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다. 각각 보면 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것들을 잘 이어 '나'라는 브랜드를 완성하고 싶다. 그래서 시장에 내보였을 때 꽤 매력적이면 좋겠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며 보니, 지난 시간 동안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던 터라 필요한 자료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마 전 직장에서는 그것을 어렴풋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차곡차곡 모아두어 전 회사만 자료가 화려하다. 너무 작은 조직에서 관계도 마음도 힘들었던 전 직장은 이것 하나로 단점을 모두 제거시켰다. 그 점을 이어 내가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제 다시 새로운 점을 맞이하기 직전이다. 지난 점과 이 점을 이어 다음에는 어떤 점으로 가고 싶은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고민해 봐야겠다. 그래서 내 포트폴리오가 더 매력적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내 자부심이 되어주면 좋겠다. 누가 쥐고 무너트리려 해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자신감이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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