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백수가 아침을 쌓아가는 방법
언제부턴가 일하고 집에 돌아와 우는 날이 많아졌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체력이 안되니까 몸이 힘들고 그러니 마음이 힘들어 모든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눈물이 줄줄 흘렀던 것 같다.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체력을 기르는 일에도 돈이 필요하다. 돈이 안 드는 운동은 일단은 러닝밖에 없는데 그 3km를 뛰러 나가기가 쉽지가 않다. 돈을 안내서 그런가.
저번주부터 기구 필라테스를 주 2회 하기 시작했다.
물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한 달만 일단 시작했다.
저번주에 하루는 아침에, 하루는 저녁에 운동을 다녀왔는데, 아침 운동은 산뜻했는데 저녁운동은 죽을 것 같은 강도였다. 물론 초급반과 일반반의 차이가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백수가 되고 난 후 아침은 그냥 날리는 시간이었다.
사실 날리는 시간이었지만, 스스로에게 주는 휴식이라고 어쭙잖은 합리화를 해가며 그냥 날렸다.
오전을 날리고 나니 하루가 너무 짧았다. (일할 때는 안 짧더니..)
그래서 오전 운동을 처음 다녀와봤는데, 하루가 괜히 활기찼다. 아침부터 무언가 해냈다는 감각 때문인 것 같은데, 이래서 사람들이 미라클 모닝 미라클 모닝 하나보다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며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기는 너무나도 어려우니까.
아무튼, 나는 미라클 모닝까지는 미라클 하지 못할 것 같고, 그래서 가끔 10시, 11시에 필라테스를 하러 간다. 오늘도 오전에 운동을 다녀왔는데, 같은 기초반이었는데 저번보다 힘들어서 오늘은 땀이 좀 났다. 땀 흘리고 와서 밥 먹으니 졸린 기분이었지만,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하려고 리스트업 해두었던 일들을 해나갔다. 일하면서도 아침에 운동하고 출근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그저 바람일 뿐) (시도하진 않을 테지만)
역시 사람은 적당한 목표설정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4월 1주에는 그냥 막연히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생각나면 했더니 멍 때리며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2주부터는 그 주에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두었다. 그랬더니 어쨌든 그걸 해나가는 걸 보고 어쩌면 나도 목표지향적인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오늘은 낮잠 자지 않고, 해야 할 일을 가끔은 미루지만 그래도 할 만큼 잘해나가고 있는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마지막 자발적 백수 기간을 잘 즐겨보자고 다독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