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좋아하는 색이 바뀌었다.
어릴 때부터 무조건 보라색을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초록이 좋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추구하는 삶이 달라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보라를 좋아했던 이유는 특별해서였는데, 초록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편안함 때문이니까. 재미를 추구하며 살아가던 나는 어느샌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 무탈하길, 편안하길, 평안하길 바라는 사람이 되었다.
초록을 좋아하게 되면서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새롭게 발견했다. 나는 추위를 엄청나게 많이 타는 체질이라 겨울에는 활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정말이지 손 하나 꼼짝 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여름은? 더워서 땀을 줄줄 흘리며 꿉꿉해하지만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걸으며 보이는 초록들에 자주 감격한다.
여행도 주로 따뜻한 나라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 물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왜 물을 좋아할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마음에 화가 많아서 인 것 같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아무튼 좋아한다고 인식되는 것들은 결국 나로부터 시작된다. 다른 누군가의 영향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것에 영향을 받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마침내 중요한 건 나다. 그렇게 나만의 취향이 쌓인다. 그렇게 쌓인 취향들이 힘들어하는 날의 마음을 세우고, 넘어진 순간에도 일어날 다음을 꿈꾸게 한다.
자의 반 타의 반 일을 쉬고 있는 지금 내게 가장 많이 해주고 있는 말 또한 그렇다. 나는 지금 나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지금 멈춰 서서 잘 살펴야 다음으로, 그다음으로 멈추지 않고 갈 수 있다고. 그러면서도 어쩌면 이게 합리화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말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더위를 많이 탄다고 생각하며 여름을 싫어하던 내가 이제는 여름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어쩌면 취향이라는 것들과 삶의 선택이라는 것들은 그렇게 쌓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