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2년 반 전 즈음에 돌아가셨습니다.
60대 중반에 돌아가셨으니 요즘을 생각하면 일찍 돌아가신 편이죠.
저한테 고모, 큰아버지 되시는 아버지의 누나와 형은 정정하게 살아계시니까요.
아버지는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친구나 친척과 교류가 거의 없었어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집 밖을 나가는 것 자체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사업을 하니 잘 될 리가 없죠.
10, 20년 전에는 잘 되었을 전자제품 조립 하청업체를 하고 있었는데요.
분명 거래처를 늘려야 하는데 거래처 하나만 믿고 단가 후려치기 당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었죠.
하청업체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일을 못하게 됐다고 이야기를 전달하자 단가를 두 배로
올려주겠다고 했었습니다. 진작 그러시지..
아버지의 역할을 장애인인 형을 돌보는 것이었습니다.
형은 중증 정신지체 장애인이라 혼자 뭘 할 수 없는 상태거든요.
평일 낮에는 주간보호센터가 있다가 오후부터 집에서 돌봐야 하니
누군가는 붙어있어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달간 보여준 형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대문이 닫히는 소리만 나면 방에서 뛰어나왔습니다.
매번 아빠가 아닌 걸 확인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죠.
언제부턴가 문소리가 나도 방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현실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아버지는 무뚝뚝한 사람이라 가족과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아버지랑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고요.
술을 많이 마셨는데 술을 많이 마시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대화를 안 하게 되었죠.
말년에는 위장약을 중독된 것처럼 먹었는데, 그것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울증이 있던 것 같아요.
그런 아버지가 어제 꿈에 나왔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꿈에서는 어머니를 때리시더군요.
저는 아버지에게 대들었고 나도 때려보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제 눈을 보시고는 때리지 못하더군요.
저도 눈물이 차올랐고 결국 우리 네 가족은 서로를 안고 울었습니다.
현실에서도 서로 안고 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꿈에서도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못난 남편, 외톨이였지만 좋은 아버지였다는 사실을요.
이혼한 어머니도 아버지의 자식 사랑만큼은 인정했습니다.
단지 서로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죠.
꿈에서 깨어난 후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꼭 쥘만한 작고 소중한 기억이라도 남겨뒀어야 했는데.
사소하지만 행복한 웃음을 짓게 하는 작은 기억을 선물했어야 했는데.
무뚝뚝한 사람들은 그 작은 기억 하나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니까요.
차갑게 들리시겠지만요.
저는 죽은 사람은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기일을 챙긴다든지
납골당에 방문하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데요.
아버지가 오랜만에 꿈에 나타나서 아버지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돌아가신 부모님은 여러분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지금 그들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이고,
돌아가시는 날이 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