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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군 Mar 11. 2016

소나무 숲길은 살아있다

(북한산 둘레길 1코스)


고요한 소나무 숲길을 거닐며 나의 숨소리는 죽이고 자연의 숲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위대한 사람이 되려면 위대한 것들과 만나라는 책 속의 외침이 현장감 있게 되살아 납니다.

위대한 자연 앞에 서서 수줍은 작은 걸음을 시작해 봅니다.


소나무는 아름답다는 표현보다는 기품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우아하고 품위있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에도 그 자태와 기개를 잃지 않습니다.


소나무의 껍질은 자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부모님의 손 같아 보입니다.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단단한 거북이의 등껍질 같기도 합니다.

인고의 세월을 지나온 나이테 같아 보이기도 하고,

숫한 비바람을 견디며 새겨진 훈장과도 같아 보입니다. 


겨울의 숲이 앙상하다는 편견을 없애야겠습니다.

그들은 내면을 다듬는 안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잘 안식하고 있는 그들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면 안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계절을 따라 조화롭게 내면과 외면을 가꾸어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우리는 1년 365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왜 그렇게 허겁지겁 살아가고 있는지

모두가 부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진정한 안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소나무도 사람처럼 똑같은 녀석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비슷해보일지언정 완전히 똑같은 녀석은 없습니다. 

존재 자체로 Only one! 이 되는 것, 그것이 자연의 섭리인가 봅니다. 

우리는 '온리원'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사는데, 

사실 우리는 모두 누구도 똑같을 수 없는 '온리원'의 존재들인 것을 깨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고요하던 둘레길에 어디선간 굉음이 들려옵니다.

근처에 거대한 건물단지를 짓고 있는 공사장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이 소리는 진정 인간의 안녕과 편리함을 위한 소리일까요?

그만큼의 숲이 사라지는 소리이기도합니다.

자연이 인간의 행복한 삶에 방해물이 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이 자연을 무력으로 침범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라는 것은 사실 지구가 아픈만큼입니다.


숲과 대화하는 법을 잃어버린 인간을 대신하는듯,

새들은 쉬지도 않고 지저귐니다.

그나마도 숲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새들의 소리에 반가운 마음을 가져봅니다. 


회복해야 할 많은 것들을 알려준 숲 속이야말로 좋은 친구이자 스승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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