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이제 자유인이다.
두 어번의 은퇴(?)를 거쳐, 아직도 사회 활동을 하시긴 하지만,
자식들도 다 출가했고, 연금도 받으시고
어딘가에 메이실 필요가 없으신 연세이기도 하다.
이사라면 이제 질려버린 아빠는 은퇴하시면서 이사를 안 하고 평생 살고 싶다고 하셨는데,
2년 전에 이사를 해야 했고, 2달 뒤에 또 이사를 하신다.
젊었을 때처럼, 전세보증금이 올라 이사 다녀야 하는 것도 아닌데도
이사를 하고 계속 [우리 집은 어디에]를 찍으신다.
아빠의 집 찾기 프로젝트에 투입된 Task Force 요원 딸들과 사위들은
의뢰인에게 만족된 성과를 드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참, 이 프로젝트가 쉽지 않았던 것은 예산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40년을 같이 살아오셨지만 여전히 다른 두 분의 니즈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아빠는 산, 그게 뭐길래.. 산 ^^.. 에 대한 애착이 크시고 소위 말하는 숲세권이 되겠다.
엄마는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시는 도시 사람이시다.
즉 교통이 중요하시단다.
이런, 숲세권이면서 교통이 좋아야 한다니 난제다.
그것도 서울에서 말이다.
지금 살고 계신 집은 이런 두 분의 요구 플러스 + 작은 딸아이를 봐주셔야 하는 거리 때문에
내가 골라 드린 집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난 내가 살고 싶은 집이었지만,
나는 그런 집을 살 여력이 없으므로 부모님이 사시는 동안 많이 가서 대리 만족 ^^을 했다.
참 만족스러웠던 그 집을 떠나시는 이유는 작은 딸이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난 작은 딸이 아니다. 하하하.
결국, 은퇴하시고 여유롭게 사시며 이사라면 두 번 다시 안 해도 될 줄 알았던 부모님은
달라진 가족 형태, 자녀의 자녀를 봐주시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여전히 [우리 집은 어디에]를 찍고 계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과천, 신길 뉴타운, 흑석 뉴타운 쪽을 둘러보았고
결국 상도동에 숲을 찾아 이사를 결정하셨다.
아빠가 평생 열심히 벌어오셨지만, 아무 집이나 골라갈 수 없는 예산이라는 것이 조금은 속상하긴 했지만,
아빠는 공동현관에서 30m 만 가면 시작되는 숲 속 길에 만족하셨고
엄마는 7호선을 나름, 가깝게 이용하시는 것에 결판를 보셨다.
이 두 분은 어찌 보면 철저히 실거주 관점만 존재해서
그리 난해한 프로젝트는 아녔을 수도 있겠다.
전적인 투자자 관점인 동생, 철저히 실거주 관점인 아빠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지켜보는 나.
우리 가족의 부동산 회의는 웃프다.
그중에 제일 예산이 빈약한 나와 남편은 마음만은 태평양이다.
아빠가 구매하신 집 옆에 신축 아파트를 보며
"우리 아빠 저기 사셨으면 좋겠다. 내가 나중에 사드려야지."
그랬더니, 남편 왈
"일단 우리 집부터.. (어찌해야지) "
그러면서 자신이 장인어른께서 언덕에 집 사셨으니 새 차 사드려야겠다 란다.
우린 우리 이름으로 된 차도 없으면서 말이다. 하하하.
연세 70을 바라보시면서도 이사를 하시는 아빠를 보며,
[우리 집은 어디에]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중심은 역시 결국 가족이지 라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새 집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마무리할 작업은 기존 집을 파는 것인데
아빠 집을 마음에 든다고 하셨던 분들이 계약을 하자고 하면서
가계약금을 안 내시고 현장에 불러서 조건을 변경하려고 하시는 일이 있었다.
2번이나 그러셨는데, 그냥 사람 좋은 아빠는 그냥 그렇게 하자고 그러시는 것이다.
가격을 떠나서 너무 무례한 태도에 딸들과 사위들이 나섰다.
그 가격을 안 받더라도 좋은 사람이 이 집에 살 다음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이 집에 대한 예의랄까.
결국 그 분과 진행하던 것을 캔슬했다. 1주일 동안 온 가족이 다 같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이후 몇 시간 만에 다른 젠틀하신 분이 그 가격보다 천만 원 올려서 사시겠다고 하셨단다.
아빠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나 보다.
사실 떠나게 되긴 했지만,
아빠는 그 집을 정말 정말 사랑했다. 역세권은 아니지만,
숲세권은 명확했고 준신축에 전용 59형을 그렇게 멋진 구조로 실현 한 집은 서울에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게 아빠의 2019 우리 집은 어디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Task Force는 해체? 아니,
아마 다음 프로젝트는 우리 집이 될 것 같다.
다음 이사 D - 400!
지금 집에 사는 하루하루, 또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