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ld Enemy, English?

by 스테이시

쿵푸 팬더 2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장면을 베스트로 뽑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로 포(Po)가 셀 수 없이 높은 계단 앞에서 내 뱉은 이 한마디 말이다.


“My old enemy, stairs!”


사실 이 한 문장에 격하게 공감되었던 것은 stairs 자리에 넣을 수 있는 많은 것이 떠올라서 아니었을까 싶다. 그 중에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문장이 이렇게 말해졌을 때, 공감 할 수 있을 것이다.


“My old enemy, English!”


영어 학원에서 일하는 나는 다르지 않느냐고 물어보신다면,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나는 그나마 영어를 수학만큼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영어는 늘 내 앞에 산처럼 서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나는 그런 영어를 마주하며, 꽤 일찍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 애는 내가 싸워서 이길 대상이 아니구나. ”


라고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단 한 번도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으나, 영어를 못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앞으로도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할 가능성의 희박하지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즉 지금 내가 공공의 적 영어와 동거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영어라는 언어를 다 알고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영어는 자신 있게 쓰기 때문이다. 영어 전체가 100 이라고 할 때 내가 아는 것이 10 이라면, 그 10은 내가 잡은 포로라고 생각하고 자유자재로 쓴다는 뜻이다.


영어유치원에 대한 책을 읽으시려는 독자분이라면 가장 먼저 작가가 말하는 영어공부법 Tip 이런 것을 기대하고 계실지 모르겠으나, 내가 첫 장에서 하기로 선택한 말은 바로 완벽해지길 포기해야 그 때부터 영어와 휴전을 하든 친구가 되든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평생을 살았을 때는 영어를 더 잘하지 못한다는 것에 무겁게 짓눌렸던 것 같다. 교환학생으로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던 날 나는 무언가 봉인해제 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

외국에선 아무도 나의 영어를 평가하려 드는 것 같지 않았다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하지 못한 답답함은 당분간 지속되었지만

,

그 때부터 영어가 참 재미있어졌다

.


근.자.감을 갖게 된 그 순간부터 말이다.


나는 여전히 한국인들끼리 영어로 이야기할 때 문법적으로 틀린 말을 한 건 아닌지 눈치를 볼 때가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 외국인과 보내는 근무환경에서는 영어를 더 잘하지 못함에 스트레스 받아 하지 않는다. 물론 더 자연스럽게 영어를 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기 때문에, 계속 영어 공부 및 연습은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영어가 더 이상 날 괴롭히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더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위해 짱구를 굴릴 틈 따위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영어유치원의 업무특성이다.

참 이렇게 나는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나마 영어랑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지만, 우리 자녀의 세대는 어떠해야 할까? 우리 부모님 세대, 베이비 붐 시대에는 소수의 사람이 영어를 배우기로 선택했지만, 그 자녀 세대인 우리는 대부분이 영어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사실 이미 영어가 선택사항이 아니게 된 지는 시간이 꽤 지났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첫째가 코딩 수업을 듣는데 명령어가 다 영어로 되어있는 것 아닌가? 누구나 코딩을 배워야 하는 시대가 왔는데, 영어를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어느 날 한번은 아이가 과제를 하기 위해 이미지 검색을 하는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포탈에서 안 나온다고 하길래, 구글에 가서 영어로 쳐보라고 했더니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한국에서 영어라는 것은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를 떠나 언제부터 할 것인지에 대한 스테이지로 옮겨 진지 오래 되었다. 영어를 처음 접하는 연령은 계속하여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미디어를 통해 피부로 느끼실 것이다. 혹시 태교를 위해 즉 태아를 위해 제작된 수 십 만원짜리 영어책과 CD가 존재한다는 것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것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 장을 넘겨 보아주시면 된다.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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