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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이시 Jul 27. 2024

스트레스 받을 때, 심해지는 증상

몇 개월간 정신과를 방문했지만 내가 정서적으로 나를 자학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다른 수확이 없던 나는 여기서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에 더 좌절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원인을 찾아 아니 해법을 찾아 헤매고 있던 백신을 맞은 지 1년이 다 돼 가도록 나타나고 있는 우측 저림, 쉽게 말하면 치과 마취 주사를 오른쪽 몸에 백번 맞은 것 같은 느낌은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대학병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 전에는 전혀 만나보지 못한 증상이었기에 물증이 없다 한들 너무 강력한 심증이 있었다.


다만 이 증상의 정도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해졌다가,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괜찮아졌다가 반복되고는 했는데, 그게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나는 회사를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는 걸까? 정상 생활이 불가능한 걸까? 하루에도 수십 번의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그래서 내가 나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병원을 찾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언제 이 증상이 심해지는지 알아내야 되는 것이었다.


조금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모든 스트레스받는 상황에 증상은 심해졌다. 회사에서 급작스러운 전화를 받는다거나, 어려운 안건으로 전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 유독 심했다. 그런데 업무 특성상, 그런 일 하루에도 수십 번 발생했다. 전화기를 들고 있는 오른손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으며 연이어 호흡이 가빠졌다. 그때마다 전처럼 발작으로 가지 않을까 매번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또한, 오른손으로 우산을 쥔다거나 휴대폰을 든다거나 무거운 그릇, 책, 컵 등 을 들 때 증상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즉, 오른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타자 타이핑 치는 게 전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알게 된 것은 체력이 있는 오전에는 조금 덜하지만, 체력이 방전되는 오후가 되면 증상은 기승을 부렸으며,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내가 내일 출근할 수 있단 말인가 걱정이 될 정도로 우측은 마비가 되었다.


요약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오른손에 무게가 가해졌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는 건데, 만약 나에게 매일 안아줘야 되는 아기라던가, 개가 있었다면 상황은 정말 아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럴 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알고 나서는 일상생활에서는 최대한 오른손으로 컵도 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업무 상 전화와 스트레스 까지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나는 늘 우측 저림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아니 매우 감사하게도 회사는 날로 번창했으며, 매일 저녁 9시까지 야근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었다. 모두들 그렇게 야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인지, 사명감일지 모르는 동기로 나 또한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느 때처럼 저림을 참고 야근을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그날은 평소와 달랐다. 보통은 저녁에 저림이 절정에 달하다가 잠(충전)을 자고 나면 일상생활 가능할 정도로 내려와 있었는데, 그날은 아침부터 극성이었다. 게다가 보통 어깨와 팔에만 증상이 있을 때 나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처럼 머리 뒤, 턱, 팔, 어깨, 다리, 발끝까지 증상이 퍼져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역치를 넘었던 것이다. 뭔가 잘못되었다. 뭔가 잘못되었다. 이대로 라면 또 심장까지 퍼지고 발작이 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십 번도 더 검색해 보았을 단어 '편측 저림'을 검색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이미 2번이나 가서 원인 모름, 정신과 방문 권장을 권유받았던 만큼 응급실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때 수많은 광고 글 사이로 '신경과' 전문의가 쓴 '편측 저림'에 대한 한 아티클이 눈에 띄었다. ‘편측마비 뇌졸중 아니어도 나타날 수도’라는 기사 글을 하나 클릭했다.


편측마비는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뇌졸중과 상관없이 편측 마비를 겪으시는 환자들이 있다. 자율신경계 이상 활동으로 발생하는 신경병을 겪는 환자들은 편측 마비를 겪을 수 있다.


기사를 읽던 나는 어떤 한 단어에 그물에 잡힌 물고기처럼 걸려버렸다.


‘자율신경계 이상?’


무슨 말인지 다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이 의사라면 외상이 아니어서 환자의 진술에 의지해야 되는 편측마비를 병으로 인지해줄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너무 예민해서 이렇게 말한다거나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만나러 가고 싶었다. 아니 가야 했다. 마침 그 의사가 있는 병원을 검색해 보니 30분 정도면 갈 거리였다. 일단 회사에 병원에 들렸다가 출근하고, 저녁에 늦은 만큼 메이크업 하겠다는 전갈을 보내고, 병원에 당도하기 전에 발작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병원으로 출발했다.


혹시, 혹시 이 의사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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