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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앞에서

by 이용수

친구가 오는가 싶어 고개를 돌리면 시방 그것은 겨울의 이른 저녁입니다 어둠은 노점 라디오가 부르는 구슬픈 노래에서 새어 나옵니다 비틀거리는 사람 웅크리고 걷는 사람 길을 재촉하는 사람 노곤한 그림자를 달고 저마다의 골목으로 사라집니다 극장 간판은 제 네온빛에 달아올라 흐물흐물 하늘로 풀리고 지상에 남은 빛들은 아직 거처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가로등이 켜집니다 적히지 못한 말들이 하나둘 그 몽우리를 닮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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