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위안

소소한 과학책 탐독기

by 이용수

#1


서점에 가면 대중을 위한 과학책이 꽤 많다. 언제부터인지 그렇다. 과학책이 좋은 건 말에 말이 눌리지 않아서다. 자연법칙은 자체로 경이롭다. 미지에 불이 들어오는 상쾌함이 있으니까. 강릉으로 넘어가는 길에 자욱했던 안개를 뚫자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던 것처럼.


이런 트렌드에 부지불식 들어갔던 건지 내가 그냥 좋아서 시작했는지 가물가물하다. 박물관 관장이신 이정모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1, 2>가 아마 그 시작에 있던 책이다. 읽을 때 부담 없고 읽고 나면 쪼금 똑똑해진 기분이니 얼마나 좋아.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를 볼 땐 아내가 별 걸 다 본다고 기인 보듯 했다. 아이들의 Why 시리즈의 어른 버전쯤 되겠다. <야밤의 공대생 만화>도. 천재 중의 천재 존 폰 노이만도 이때 알았다(어릴 때 배웠을지는 모르지만 기억할리 없지). 최근에 그의 일대기를 소상히 다룬 두꺼운 책이 나온 걸 보면, 나 같은 대중이 좀 더 깊게 과학 속으로 들어가고 있나 보다.


평생 기자였던 최준석 씨는 과학책에 빠져들어 급기야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고 선언했다. 서점에서 이 제목을 보고 나를 위한 책이네 했다. 300권 섭렵기이다. 힐링이 필요할 때 짬짬이 읽는다. 후다닥 읽기엔 너무 광범위해서다. 유시민 작가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낸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 말로 두려울 사람이 별로 없을 그인데.



#2


과학책을 읽을수록 정신 건강이 좋아진다. 왜 사는 게 힘든가. 왜 나는 의지박약인가. 왜 뜻대로 안 되나. 과학이 실마리를 준다. 예를 들면,,,


온갖 후회, 불안, 걱정은 요 좁은 뇌에 1000억 개나 되는 신경세포가 몰려있는 탓이다. 서로 치고받으니 별별 게 튀어나온다. 덕분에 상상이 되고 추론이 되는 것이지만. 뇌가 원래 그렇구나 라는 안도감이 쓰잘대기 없는 잡념을 몰아내준다. 궁금하시면 <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추천합니다.


어릴 때 '카르페 디엠'이라는 문장에 오 심오하다 빨려 들었는데 이게 양자역학이더라.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니 현재를 살기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미래를 걱정하는 게 부질없어진다. 지금 운동하면 미래의 내가 동시에 건강해지니까. 지금 배우면 미래의 내가 동시에 똑똑해지니까. <모든 순간의 물리학> 추천합니다. 김상욱 교수의 책도 좋습니다.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살아갈 뿐이라면 내가 느끼는 자유의 실체는 뭔가. 나는 오히려 고귀한 무엇이네. 살아가는 이유가 있네. 통제할 수 없는 걸 받아들이면 오히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의 가치가 살아난다. 남이 잘되는 걸 왜 나와 연결시키나. 왜 그보다 내가 반드시 나아야 하나. 통제 밖이다. 꾸준히 걷고 사랑하고 내 일을 하면 그뿐이다. 다 아시는 <이기적 유전자> 얘깁니다.



#3


들여다보면 고마워진다. 세상에 남에게 고마우면 결국 내 삶이 고마워진다. 몸을 들여다보려면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를, 우리의 문명을 지탱하는 물, 전기, 인터넷을 들여다보려면 <숨은 시스템>을, 51.9%의 가구가 사는 아파트를 들여다보려면 <아파트 속 과학>을...

민태기 씨의 역작, <판타레이 - 혁명과 낭만의 유체 과학사> 기다리고 있다. 모든 것은 흐른다는데. 돈도 전기도. 또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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