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고도 똑똑한 사람 많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책들 중의 하나는 자존감을 상승시키기 위한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들이다.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로 가득 찬 직장생활로 피가 바짝바짝 말라 가는 현대의 직장인들에게 자존감이란 쉽게 지키기 어려운 영역 중의 하나이며, 때로는 뒤로 감추어야 하는 덕질 중인 아이돌의 브로마이드와 같은 소중하면서도 부끄러운 존재 중의 하나이다. 직장 상사로부터, 클라이언트로부터, 때로는 직장 동료, 후배들로부터도 나의 자존감이 공격 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상처받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나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본인의 자존감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자존감 따위는 무시한다. 강한 자존감이 직장에서의 성공을 빨리 이루어주는 것 같지만, 정작 그 드높은 자존감이 때로는 성공의 걸림돌과 실패의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잘못된 자존감을 드러내며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사람은 자존감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짱돌은 “큰 자갈돌”이라는 뜻으로, “짱돌을 던지다”, 혹은 “짱돌을 맞다” 라는 식의 예문을 들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사람한테 짱돌 같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다부지고 조금은고 지식한 모습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로 사용하고, 내실이 있다는 식의 긍정적인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꽉 막혀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종종 이런 짱돌 같은 사람을 사무실에서 혹은 거래처에서 만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사람들이 자존감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이다.
Case A
예전에 한 국내회사에 일할 때 총무팀에 정말 짱돌 같은 A라는직원이 한 명 있었다. 외형에서도 아담하지만 단단한 몸에 꽉 다문 입술, 금빛 안경테 너머로 가느다랗게 뜨고 있는 매서운 눈은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그 사람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해준다. 당시 우리 부서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총무팀의 A를 무서워했다. 우리보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았던 부분도 있지만, 팀장님들과 상무님도 상당히 불편해 했던 것을 보면, 단지 직급과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A가 어렵고 불편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이다. A 대화를 할 때면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혀 내가 하는 이야기는 듣지를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들어야 한다고 강요했고, 무조건 자기 말이 옳다고만 했다.
Case B
한번은 거래처와 미팅을 진행할 때였다. 수십억 혹은 수백억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고, 담당자의 결정에 따라 돈 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까지 걸려 있는 민감한 일이었다. 우리 쪽에서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자료들을 준비해 갔고, 전문가의 의견과 더불어 전문가 한 분을 대동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의 위치에 있는 B는 논리와 합리적 근거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B는 전문가 앞에서 조잡하고도 얄팍한 지식과 논리를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뻔뻔하게도 뽑내며, 스스로의 무식을 화려하게 뽐내고 있었다.
Case C
외국계 회사의 마케팅 팀에서 근무하는 C는 10년이 넘는 경력에 다양한 브랜드를 맡아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간의 뛰어난 업무 성과에 C는 조만간 관리자가 될 거라 꿈에 부풀어 있고,실제로도 임원진에서 C를 승진시키는 것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그런데, 다른 부서에서 C가 관리자가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협업을 할 때 너무 자기주장만을 내세웠고, 관리자가 되면 문제가 더 커질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C와 함께 1년 넘게 일을 하던 직원이 갑자기 그만 둔다고 했다. C와 함께 일을 하는 게 힘들었다는 이유였다. C의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업무지시 등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우리는 A, B, C와 같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논리도 없이 무조건 자기 말만 따르라고 하는 직장상사, 말도 안 되는 갑질을 반복하는 무식한 클라이언트, 잘난 척의 끝판왕인 직장동료 들이다. 이들은 모두 자존감이 상대적으로 높음으로 인해 업무에 마찰을 빚거나 경력개발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A는 회사 내에 있는 겉으로 드러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짱돌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본인 업무에 대해 고지식할 정도의 완벽성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자존감을 지키고자 한다. 누군가가 본인의 의견에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조직이라는 곳에서 혼자서만 옳고 혼자서 모든 업무를 진행할 수는 없다.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조직에서 유관부서와의 협업과 무관한 성과란 있을 수 없다.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은 결국 조직을 좀 먹는 것이고, 혼자만 완벽했다고 해서 조직의 성과가 좋을 수는 없다.
B는 관공서를 상대할 때 흔히 겪는 갑질 중의 하나이다. 관공서의 담당자는 대부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만, 어느 조직에나 있는 짱돌들이 아주 가끔씩 섞여 있기도 하다. B와 같은 경우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해도 해당 영역의 외부 전문가 보다 뛰어난 전문지식을 짧은시간에 갖출 수 없음을 망각하고 본인의 지식의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이다. 이정도면 나는 충분히 알고 있어 라는 높은 자존감이 결국 일을 망쳐버리고, 스스로의 가치를 저렴하게 만들어버린 경우이다.
C는 겉보기에는 성과도 좋고, 윗사람들에게는 매우 잘하는 상향식 리더쉽이 잘 갖추어져 있다. 본인보다 상사들에게는 그의 자존감을 낮추거나 감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동료나 후배들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C의 경우 다분히 성공지향적이면서 위를 바라보았지만, 스스로의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음으로 인해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연히 자존감이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음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한때 21살의 어린 나이에 아메리칸 어패럴의 신화를 창조하고, 각종 미디어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불렸던 라이언 홀리데이(Ryan Holiday)는 그의 책 “에고라는 적(Ego is the enemy)” 에서 이러한 지나친 자존감(ego)가 인생을 망치는 중대한 요소라했다. 분명히 사람과의 관계, 직장생활에서 자존감은 필수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언제나 지나치면 문제가 되듯이 자존감 역시 지나치게 되면 남이 아닌 스스로를 좀 먹게된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굉장히 어린 나이에 성공의 반열에 올랐고,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았다. 그리고 높아진 자존감은 실패의 쓴맛을 배가 시켰고, 이후 라이언 홀리데이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며, 스스로의 객관적인 역량과 위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존감이란 오히려 성공을 가기 위한 길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으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패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덫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항상 자존감을 길러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살아왔기에, 자존감을 낮춰야 한다는 말은 생소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 스스로의 위치와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면, 머지 않아 닥칠 명백한 실패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다. 키워드는 겸손이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스스로가 아직 부족함을 깨닫고 계발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성공은 지나가는 것이고, 실패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성공의 기간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성공에서의 내리막길을 최대한 천천히 내려올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성공의 길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존감을 낮추고 겸손하게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성공은 당신의 자존감이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과 모두의 노력을 통해 함께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짱돌들처럼 자존감만 높고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지 사람들을 적폐세력이라 부르기도 한다. 당신이 열심히 자기계발서를 읽어 자존감을 끌어 올렸는데, 그 와중에 실력과 역량을 키우는 일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높아진 당신의 자존감이 다른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무실에 그리고 당신의 주변에 당신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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